집단상담 4일 차.
일찍 잠이 깼다. 남양주 수동에 있어서 자연의 소리가 정말 잘 들린다. 여기저기서 닭 우는 소리, 뻐꾸기 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 참 좋다.
어제는 조별 상담실습과 슈퍼비전을 하는 날이어서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나도 상담자 역할과 내담자 역할 모두 했었다. 리더님이 슈퍼바이저로 들어오는 시간에 용기 내어 상담자 역할을 했다. 상담이 진행이 잘 안 되면 5분 만에도 리더님이 바로 개입하시기 때문에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지난번에 35분 모두 잘 마쳤던 경험을 믿고 시작했다. 이번에도 상담이 끝날 때까지 개입 없이 잘 마쳤다. 마지막에 내담자가 다시 힘없어지려고 할 때, 거기까지 하자고 말해주셨다. 내담자 프로세스를 잘 따라가면서 차분하고 안정되게 상담했고 잘했다고 말해주셨다. 대화관계에서 내담자가 힘을 받아서 자신의 저력을 다시 발견하고 의지를 가질 수 있었다고. 그리고는 상담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고 내가 갈 수 있었던 다양한 길을 설명해 주셨다. 내가 했던 개입에서 마무리하기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질문하자 좋은 질문이라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잘하려는 마음이 많을 때는 긴장도 높아지고 힘이 꽉 들어가서 더 스텝이 꼬이는데 이번에는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더니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내가 내담자 역할이었을 때는 남편과의 관계를 주제로 진행했다. 나는 남편과 더 끈끈한 관계로 지내고 싶은데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한 남편과의 관계에서 외로움과 단절감을 느낀다. 내가 그린 가정에 대한 이상향 그림이 있었는데 (정서교류가 잘 되는 도란도란한 화목한 가정) 그 그림에 다가가지 못하는 슬픔도 있다. 나의 원가족은 표면적으로는 화목했지만 집에서 자유롭게 나의 정서 표현을 하지 못했었다. 기쁨이나 잘한 것은 표현해도 수용이 되었지만 슬픔, 분노, 괴로움은 표현해도 위로받기보다 비난받고 수용받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그 그림은 참 소중했었고 많은 위안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상담자의 말에 울컥해서 많이 울었다. 한바탕 울고 나니 숨이 크게 쉬어지면서 내가 또 그림을 붙잡고 있느라 현실은 보지 못하고 슬픔에 빠져있었다는 것이 알아차려졌다. 남편에게 이런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면 같이 노력하자고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나누려고도 하는데 그런 현실은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원가족에 비하면 지금 남편과는 훨씬 더 많은 감정을 교류하고 위로하는 관계임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소중했던 그림이지만 이제는 놓아주고 현실에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 우리 가족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가볍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는 저녁 시간 집단상담장에서 서로 즐거운 마음, 속상했던 마음, 부러운 마음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하고 때론 깔깔 웃는 것이 참 정겹게 느껴졌다. 내가 그리던 도란도란 화목한 가족의 그림이 바로 이거지! 내가 가족이 아닌 곳에서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구나 싶어서 반갑고 좋았다. 꼭 늘 가족 안에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네!
오늘은 또 어떤 만남들이 일어날지 참 기대된다. 게슈탈트 집단상담 너무 좋다. 생생하게 살아난 지금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