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by 무정인

코가 막히고 기침소리가 안 좋아서 아이 병원에 다녀왔다. 기관지염이라 조금 강한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병원에 와보길 잘했다.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증명사진을 찍었는데 친절한 사장님이 아이 사진도 몇 장 찍어주셨다. 별점이 낮은 곳이라 의심하며 갔는데 친절함을 만나서 좋았다. 리뷰를 써달라고 부탁하시는 걸 보면서 별점에 신경을 쓰고 계신다는 게 느껴졌다.

집으로 와서 오랜만에 s랑 놀았다. 한 달 만인 것 같다. 언제 만나도 좋은 s. 배울 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어제 남편이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ㅋㅋㅋ 오죽 힘들면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할까 싶어 짠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지만 말이다. 이 얘기를 하니 s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못 살아도 괜찮다고. 삶에 만족도가 정말 높구나!라고 말하니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바라는 게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나는 바라는 게 너무 많아서 힘든데 말이다. 태생이 느긋한데 하고 싶은 거는 또 많아서 내적 갈등이 많다. 그런데 바라는 게 없고 현재에 만족하는 s를 보니 멋지고 부러웠다. 나도 나의 현재에 조금 더 만족하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것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맞는지도 숙고해 봐야겠다. 남들이 이만큼은 하니까 나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햇빛은 거실을 따스하게 비추고 아이들은 재밌게 놀고 있고 s와 나는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시간이 평온하고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충만감이었다. 시간이 찬찬히 흘러갔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함께 보내기로 해서 기대된다. 아이들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챙기는 동네 단짝이 되고 서로 연애하다가 결혼은 둘이 하면 좋겠다는 얘기도 벌써 한다. 사돈 맺고 계속 보고 싶다. ㅋㅋ 애들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다. ㅋㅋ


저녁에는 공개사례발표회를 들었는데 내담자와 상담자의 마음이 만나는 장면이 인상 깊었고 게슈탈트 기법을 많이 사용한 사례라서 공부가 많이 됐다. 사례만 읽었을 때 엄청 잘 진행한 상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슈퍼비전을 통해 구체적 탐색이 부족하고 내담자의 다른 이면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피드백을 듣고 나니 나의 부족함이 보였다. 나와 결이 비슷한 상담자여서 내가 더 감동받았던 것 같다. ㅎㅎ 부족한 점도 나와 비슷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나도 나중에 슈퍼바이저로 역할을 할 날이 올까. 아직은 상상이 안 간다. 부지런히 정진해야지. 그리고 나의 이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사람이 많은데도 말을 했다.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다 났다. 그래도 말하고 나니 더 좋았다.


맥주가 마시고 싶고 노래방도 가고 싶은 것을 보니 경조증이 오긴 왔다. 그래도 실금이 다 붙을 때까지는 금주해야겠지.. 외출도 힘들겠지.. 허허허. 이번 경조증 기간은 발이 묶여있어서 어떻게 보내게 되려나, 궁금해진다.


아이가 택배를 뜯어보자고 해서 뜯었더니 지인이 선물해 준 발목 찜질기가 들어있었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선물을 보내주고 마음을 써줘서 정말 고마웠다.

“이거 누가 보낸 거예요?”

“엄마 친구가 보내준 거야. 엄마 발목 아파서 찜질하라고.”

“우와 착한 친구네요. 친구한테 편지도 써주고 파티에도 초대해요!”

너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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