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후기

밀착된 관계를 하고 싶어요

by 무정인

오늘 상담을 시작할 때 둘째에 대한 마음을 꺼냈다. 둘째를 갖는 게 선택이 아니라 상황 때문에 못 하는 것이라 생각되니 더 가지고 싶다. 사람의 마음이란.. 둘째를 가지면 뭐가 좋을 것 같냐고 물으셨다. 첫째 갓난쟁이일 때 양극성 장애 증상이 제일 심해서 밖으로 자주 나돌았던 것이 요즘 후회가 된다. 내가 좀 더 예뻐해 줬었다면.. 그래서 둘째가 태어나면 이번에는 잘해보고 싶었다. 물고 빨고 하면서. 둘째가 갖고 싶은 게 아니라 밀착된 관계를 맺고 싶은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필요한 사람이라 내가 원하는 밀착된 관계가 안된다. 불타는 사랑도 안되고. 아이도 자아가 생겨서 나와 그런 관계는 맺을 수 없다. 그러니 새로운 대상을 찾은 것이다.


나는 왜 이토록 밀찬된 관계를 맺고 싶은가. 결핍 때문이다. 내가 18개월에 태어난 연년생 동생은 약하고 자주 아팠다. 나는 순하고 건강해서 상대적으로 엄마의 손길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결핍이 내 안에 너무 크게 자리 잡아서 이토록 원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나는 방문 밖에서 추위와 외로움을 느끼며 방 안을 바라보고 있고 따뜻하고 밝은 방 안에는 엄마가 갓난아이를 꼬옥 끌어안고 자고 있는 장면. 내가 유아기에 느낀 소외감과 외로움을 잘 보여준 꿈같다. 실제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나의 주관적 세계에서 경험한 소외감과 결핍된 돌봄에 대한 욕구는 나의 내면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융합되고 밀착되고 싶다."


이 강력한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와서 다양한 형태로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둘째를 갖고 싶다던지, 바람을 피우는 상상을 한다던지, 네이트 판에서 바람피운 이야기를 자주 본다던지...


내가 생각하는 밀착된 관계는 갓난아기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꼭 껴안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클림트 '키스' 그림 같은... 선생님은 관계의 시작은 시선이라고 하셨다. 갓난아기를 안고 수유하는 엄마가 아기와 맞추는 시선. 시선 다음이 신체 접촉이라고 하셨다. 이미 다 커버린 나를 갓난아기처럼 밀착해서 사랑해 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머리로는 아는데 계속 원하게 된다. 선생님은 거울을 보며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 스스로에게 사랑의 말들을 해주는 것이 시작이라고 하셨다.

"정인아, 너 정말 사랑스러워. 너 참 기특하다. 니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아냐. 정말 보석 같다."

오늘부터 거울을 보며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 나에게 사랑의 말들을 마음껏 해줘야지. 결핍이 채워져서 더는 바라지 않을 때까지. 내가 나를 키워나가야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통은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