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는 날이었다. 나의 선생님은 따뜻하시지만 뼈를 때리는 말을 하신다. 직언. 선생님의 직언이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말임을 알고 있기에 괜찮다. 둘째를 낳아서 첫째 때의 아쉬움을 만회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 중에 한 알이 임산부에게는 치명적인 약이라 단약을 하고 최소 3년은 지나야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 단약을 하기에는 증상이 있어서 안 좋다고 하셨다. 나도 지금 당장 가질 생각은 아니기에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둘째를 낳아 만회하기보다는 지금 있는 아들에게 신경을 더 쓰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는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 좀 더 긴밀한 유대관계를 쌓아두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성취가 중요한 사람이라 둘째가 생기면 다시 육아만 하는 그 시간을 견디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고 하셨다. 다 맞는 말이었다. 이제 조금 살만해졌는데 다시 육아에 전념해야 하는 시기를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살만해지니까 둘째 생각이 나는 것도 맞고. ㅎㅎ 아이가 집에서는 수다쟁이가 아닌데 어린이집이나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이 엄청 많다. 그걸 말씀드리니 내가 아이가 원하는 반응을 못 해주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셨다. 나 리액션 하나는 자신 있는데!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어떤 질문을 하냐고 하셨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어땠어?"
질문이 모호해서 아이가 대답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나 중심으로 질문하고 놀려고 한다고도. 아이가 반복 놀이를 좋아해서 나는 금방 지루해져 버린다. 새로운 놀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내 욕구이고 아이와 놀 때는 아이의 욕구를 살펴보고 맞춰야 한다고. 그리고 표정을 보고 어린이집에서 어땠는지도 알 수 있는 거라고.. 나는 아직 노력해야 할 것들이 많구나 싶었다. 아이와 그날 하루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도 내 욕구, 다양한 놀이를 하고 싶은 것도 내 욕구. 그걸 아이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 나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자. 아이하고 하려고 하지 말고. 물론 함께하며 충족할 수 있는 욕구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