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남편에 대한 사랑 :)

by 무정인

4시에 깨서 나와보니 남편이 깨어있었다. 어제 회식 후 늦게 와서 인사도 못했기에 서로 인사하고 나는 더 자러 갔다. 5시에 다시 깨서 나와서 얼려둔 엄마의 곰국을 끓여서 함께 아침을 먹었다. 도윤이가 자는 동안 둘이서 아침을 먹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묻기도 전에 남편이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 갑자기 회식을 하게 되었는지, 지금 상무님과 사이가 어떤지, 그룹장님이 오셔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등. 내가 평소에 궁금해하고 듣고 싶던 회사 이야기를 남편이 술술 얘기하고 나는 맞장구치고.. 그리고 내 회사 이야기도 하고 남편이 맞장구치고.. 참 좋았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 나는 이런 시간이 참 좋다. 남편에게 참 좋다고 이야기하면서 당신도 좋아? 하니 좋다고 한다. 그리고 도윤이 태어나기 전에는 우리 이런 시간 많이 가졌지. 그랬다. 맞아. 안 하던 사이가 아니지. 다만 요즘 도윤이를 키우느라 서로 바빠서 인사만 하고 지낸다.

잘 잤어? 잘 다녀와. 잘 갔다 왔어? 잘 자~ ㅎㅎㅎ

그래서 웃긴 말로 우리는 톡리스 부부라고 말한다. ㅎㅎ 자조 섞인 농담.

그런데 내가 잊고 있었던 거네. 우리가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을 뿐, 대화를 안 하는 사이는 아니었네.

내 생각에 사로잡히면 이렇게 현실을 놓친다. 지금-여기를 잘 살아내야지. 생각의 감옥에서 빠져나와야지.

오늘은 아침부터 참 다정한 분위기다.


집단상담 뒤풀이에서 5-6명 모여서 얘기하다가 부부관계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나 포함 각방을 쓰는 부부가 2명이었다. 둘 다 남편의 코골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각방을 쓰니 성관계를 잘 안 하게 된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50대이신 여자선생님이 집에서 어떤 옷을 입고 있냐고 물어보셨다.

“밖에 입고 나가기 힘들지만 편하고 부드러운 옷 입어요”

“그러면 안 돼요. 잠옷을 입어봐요. 야한 잠옷이 아니라도 목 늘어난 티셔츠 같은 거 말고 잠옷을 입어봐요. 달라요. 그리고 서로 암호를 만들면 좋아요. 한 명이 토끼토끼하면 다른 한 명도 응하고 싶으면 당근당근 하는 식으로요.”

나 진짜 목 늘어나고 무릎 나온 옷 입는데… 토끼토끼-당근당근 너무 귀엽다. ㅎㅎ

“그리고 아침 차려주나요?”

“아니요. 저는 아침 안 먹어서 남편이 혼자 챙겨 먹어요.”

“남자들은 밥에 약해요. 한번 차려줘 봐요.”

남편에게 보은 하고 싶다고 하니까 밥을 차려줘 보라는 말을 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

정말 그런가?? 거기 같이 있던 남자들도 약간 의아해하긴 했지만 밥이 주는 힘이 있다는 그분의 강력한 말이 가슴에 남았다.

그래서 요즘 일찍 일어나는 김에 아침을 차리고 있다. 귀찮다는 느낌이 안 들고 내 사랑을 표현한다고 생각되니 기쁘다.

나의 마음이 남편에게 잘 전해지면 좋겠다. 아니, 꼭 전해지지 않더라도 내가 나의 고마움을 이렇게 기쁘게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괜스레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네.. :)


아, 그리고 우리도 토끼토끼-당근당근으로 암호를 정했다. ㅎㅎ 하고 싶지 않으면 연근연근이라고 말하기로 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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