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

by 무정인

회색빛 4월을 보냈다. 기록이 멈춘 4월 1일 이후로 꽃이 만발하는 세상과는 별개로 나의 세상은 고요하고 어두웠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자고 싶은 욕구만 가득했다. 사람들과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고 해야 할 것들을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면서 계속 도망 다녔다. 잠과 인스타 릴스로 도망가면 불안한 생각이 나지 않고 멍해질 수 있었다.


며칠 전부터 잠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어렵게 끌고 오던 일을 오늘 마무리하고 나니 안심이 되면서 에너지가 올라왔다. 3주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에너지가 올라올 시기가 되기도 했다.

벚꽃구경을 못한 것이 참 아쉽네. 그냥 차를 타고 가면서 별 감흥 없이 본 적은 있지만 사진도 하나 찍어둔 것이 없다. 내일은 조금 늦게 핀 겹벚꽃이라도 보러 가야겠다.


지금 마음으로는 지난 3주가 참 아깝다 싶은데 막상 그 기간 동안은 뭘 어떻게 손 쓸 수가 없는 상태였다.

아무리 우울하더라도 내 삶을 살뜰히 챙기고 가꾸는 정원사이고 싶은데.. 경조증일 때는 무리하게 정원을 넓히고 새로운 모종도 심고 일을 벌이다가 우울할 때는 골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아 정원에 잡초가 무성하고 식물들은 시들거나 죽어가는 그런 정원사.


우울하더라도 내 삶을 내팽개치지 않고 소중하게 다루고 싶다. 어떻게 하는 게 내 삶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일까?

일을 한없이 미루고 멍하니 하루를 보내고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거짓말로 약속을 취소하고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 행동들은 내 삶을 내팽개치는 것 같다. 계속 도망 다니다 결국에는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싶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우울해도 내 삶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은 어떤 모습들일까?

우울할 때는 생각도 하기 싫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고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겠다. 상담선생님과도 함께 이야기해 봐야겠다.

우울할 때의 에너지 수준을 고려하면 거창한 행동들은 안된다. 아주 소소하지만 그래도 내가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행동들이 필요할 것 같다. 매일 정원을 가꾸지는 못해도 3일에 한 번은 나와서 큰 잡초들을 뽑고 물도 주는 것 말이다. 지금 당장은 생각나지 않네. 숙고해 봐야겠다.


‘매일 메일 보내드립니다’를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9일까지만 보내고 17일째 못 보내고 있다.

신이 나서 여기저기 일을 벌인 내가 부끄럽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 내가 그런 상태인걸. 기운이 생겼으니 다시 시작해야지. 오버하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해보자.

짧게라도 매일 기록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 외에는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냥 남기기만 하는 기록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내준다는 생각에 더 부담이 되었다. 일간 이슬아를 한 이슬아 작가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진짜 치열하게 글을 썼겠구나. 나에게 그런 치열함을 기대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해보자. 다시 시작해 보자!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해보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일단은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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