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떠졌다.
5시가 안 된 시간.
새벽의 푸르름이 나를 반겨준다.
엄마와 통화 후
오늘은 텃밭에 가기로 했다.
불모지를 일궈 씨앗을 뿌려
먹을 것을 거둬들이는 우리 부모님
제철 먹거리들이 푸릇푸릇 살아있다.
그 생명력을 먹고 우리가 자라났다.
어렸을 때부터 늘 텃밭이 있었다.
오이, 가지, 토마토, 상추, 호박, 고구마부터
토란, 더덕, 도라지, 옥수수, 완두콩, 땅콩 등등
그곳은 우리의 놀이터였고 생태학습장이었다.
자연스럽게 제철 먹거리와 자연의 순리를 배웠다.
오늘은 엄마는 줄콩을 심고
나는 깻잎과 정구지(부추)를 수확했다.
농사는 짓지 않고 수확의 기쁨만 누린다.
갓 딴 깻잎에서 아주 싱그러운 냄새가 난다.
정구지에서도 땅 냄새가 난다.
생명력이 나에게도 전해진다.
봄이 되면 두릅을 따러 산을 헤매고
여름이면 옥수수를 끊어다가 삶아 먹고
가을이면 땅콩과 고구마를 캐서 먹고
겨울이면 눈 덮인 밭에서 봄동과 대파를 데려 온다.
수렵채집하는 부모님 밑에서
제철 먹거리들을 먹으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오늘 아침의 조용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