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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정인 Aug 14. 2023

유명해지고 싶어요

내밀한 나의 욕구 해방일지

  오늘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처음으로 상담을 시작하고 슈퍼비전을 받았을 때,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슈퍼바이저 선생님의 뜨악하는 표정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제는 이 욕망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며 한 가지 고백을 했다. 

 "선생님, 저는 유명해지고 싶어요." 

 배를 잡고 깔깔 웃는 선생님. 

 "제가 이 말을 하면 다들 그런 반응이더라고요. 그렇게 웃긴가요? (나도 웃기긴 하다.) 초등학생 같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초등학생이 커서 대통령 되고 싶다는.. (실제 초등학교 시절 나의 꿈은 대통령이었다.) 근데 저는 진짜 진심이고 진지하게 바라거든요."

 "선생님이 진지해서 더 웃긴 거죠. 왜 유명해지고 싶어요?"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무정인이란 사람 열심히 살았구나. 훌륭한 사람이구나."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니에요?"

 "사랑과 인정은 좀 다르죠. 사랑하지 않아도 훌륭하다고 인정할 순 있잖아요. (나 스스로도 별로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에 조금 머쓱;) 내적 소외가 심해서 아주 강력한 외적 인정을 받고 싶은 것 같아요.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제가 스스로를 싫어하고 소외하는 게 계속된다면 굉장히 공허할 거 같아요.  지금은 유명해지면 이런 갈증이 해결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갖지 못했으니까) 정말로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아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더 공허할 것 같아요."

 "그래도 해보고 싶으면 한번 해보면 되잖아요."

 "그러기엔 저는 너무 노는 게 좋아요. (둘 다 큰 웃음) 대가들처럼 열심히 할 자신이 없어요. 그리고 대가들도 '대가가 되어야겠다!'하고 된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하다 보니 그 자리에 간 거잖아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상담 하면서 놀고 사람들 만나고 그걸로 충분한 거 같아요. 유명해지고 싶다는 이런 갈망만 없으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나의 어떤 단면을 보고 그들의 끌림이 있어서 그런 거지 그게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는 안되잖아요.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이유로 싫어하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연예인들도 팬이 많지만 안티도 많잖아요. 저는 안티 없이 모두가 좋아해 주는 유명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 말을 듣고 친구가 '교황님도 안티가 있다.' 그러더라고요." 

 "그렇죠. 사랑받아서 힘든 경험은 없어요?" 

 "음.. 글쎄요. 엄마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행동들이 힘들긴 했죠.. 근데 제가 원하는 사랑의 형태가 아니었고,, 저는 엄마가 저를 조건적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잘할 때만 사랑하고 제가 잘 못했을 때 굉장히 차갑게 돌아서는 것을 보면서 버림받았다고 느꼈거든요.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인기가 굉장히 많은 언니에게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내가 원치 않는데 외모만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정말 불쾌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진짜 나를 좋아하는 사람(외면만 보지 않고)을 가려내는 것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무슨 생각했어요?"

 "다 좋지는 않구나. 그래도 나도 한번 해보고 직접 느껴보고 싶다. (둘 다 빵 터짐.)" 

 "아직 다 못 내려놨네. (ㅋㅋ) 내적 소외가 심해서 외부에서 오는 사랑과 인정을 안 받고(모르고) 있는 건 아니고요?" 

 "그것도 있는 것 같아요. 돌아보면 참 많은 사랑과 인정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늘 목마름이 있었어요. 제가 원하는 형태와 시기에 오지 않으면 제가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 버리더라고요." 

 "제 친구 중에도 선생님 같은 사람이 있어요. 그 친구에게 저는 많은 애정을 주고 있는데 자신은 받는 게 없다며 늘 불만이고 '너 원래 나 안 좋아하잖아'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마음을 주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진짜 마음이 덜 가게 되더라고요. 투사적 동일시죠." 

 "오늘 선생님한테 상담받은 거 같은데요."

 "저도 제 이야기를 한 건데 뭘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의 질문이 참 좋았다. 유명해지고 싶으면 그에 따른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바라지 않으면 되는데 말이야. 그리고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아무리 받아도 갈증이 가시지 않을 것이란 것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오늘의 감사카드인 '배려'에서도 그렇지만 나를 소중하게 대하고 사랑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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