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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Feb 27. 2017

선한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안희정 지사

재산이 탐이 나서 결혼한 사람이 남편의 여동생이 자기 몫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회사 이사직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나중에 이 사실이 발각돼서 이사회에서 논란이 일자, 한 이사가 말한다. "사모님이 선의로 시작한 일인데, 법과 절차를 따르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이해해주어야 공방이 일어나고 있는 양 당사자간의 대화를 할 수 있다. "


안희정 지사의 '선의'발언을 들을 때 가슴에 전달되는 답답함은 이 사례에서 전달되는 것과 같다. 선의라고 상대방의 의도를 해석해야 할 때는 이런 경우다. 


남편이 퇴근 후 가사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아내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나니 침대에 없다. 아내가 사라져 버린지 이틀이 넘었다. 남자는 장모, 아내 친구들 모두에게 연락했는데도 모른다고 하는 말을 듣는다. 아내가 가출했구나. 결혼 후 불만 불평이 많더니 드디어 나를 버리고 도망가버렸구나. 그 사이에 외갓남자와 눈이 맞았나 보다. 여자가 못됐다. 남편과 어린 자식을 버리고 사라져 버리다니. 이기적인 여자. 아내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스님이 말한다. "아내가 집에 오지 못하는 이유를 선의로 생각해보라", 남자는 아내가 자기가 싫어서 떠났다고 생각하는 대신에, 자신이 아내에게 어떤 존재였고, 어떻게 아내를 대했는지, 아내가 바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내가 스스로 나를 버리고 도망할 리가 없다. 무언가 말 못 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마음을 바꾸어 먹고, 아내를 찾다가, 드디어 아파트 지하창고에 갇혀버린 아내를 발견했다. 길고양이 먹이를 몰래 주던 아내는 고양이를 뒤쫗다가 지하창고까지 가게 된 것인데, 창고문에 밖에서 걸리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하고 갇히게 된 것이었다. 당시 아내는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부부가 다툴 때, 상대의 행동을 선의로 받아들이면 그 동기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 공감하게 되고 반성하면서 화합하게 되다. 


안희정 지사는 이런 측면에서 선의를 말한 것이다. 서로 좋아서 결혼한 부부가 상대에게 악의가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을 선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돈과 권력이 엄청나게 클 때, 사람은 타인을 쉽게 버릴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는 나이 든 거부와 결혼해서 한몫을 챙기려는 여자의 사례다. 여자는 재산권을 차지하려고 반칙을 사용해서 시누이의 경영권을 박탈해버렸다. 회사를 더 잘 운영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반대파를 척결한 것인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인정하고 대화로 해결해야 하나? 권력투쟁이란 선한 부부의 사례처럼 순진 난만하지 않다. 큰돈이 걸려있으면 형제간에 청부살인도 할 수 있다. 부모로부터 조단 위의 돈을 물려받을 수 있다면 형제간에 사고를 위장한 청부살인도 벌어진다. 유독 사망사건이 많은 집안은 그만큼 거대한 이권이 숨어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 형제가 죽는 고통보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이권이 천문학적이라면 악한 수단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왜 안희정 지사는 반칙과 불법을 일삼는 집단을 보지 못할까? 그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다. 안 지사는 고양이 부부가 사는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주민 간의 갈등은 반상회를 통해서 민주주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의 상상세계에 대공분실, 광주학살, 김기춘, 언론조작, 블랙리스트, 국정원 정치공작 같은 의도 자체가 비린내 나는 조각들이 들어와 있지 않다. 국가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 국가 기관을 이용해서 자신의 권력을 키우는 것과 구분이 안 되는 사람들을 구분해내지 못한다. 


부패한 권력이란, 결혼을 빙자해서 재산을 먹으려는 여자와 같다. 공직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을 거두어 내고 최소한 상대와 함께 잘 살아보자는 사람들끼리 나라를 이끌어나가면서 그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기면 상대의 '선한 의도'를 인정하면서 대화와 토론을 해야 한다. 청부살인, 뇌물, 협박, 사찰, 조작 이런 것을 대포폰에 숨겨두고 협상 테이블에 나온 사람들과 선한 의도 운운하면서 연정을 이룰 수 있을까? 왜 안희정에게는 이런 잔인한 세력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법륜스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빈의 '아저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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