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진로상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기 Feb 27. 2017

(진로)선생님 어제 신랑과 통화 어떠셨나요?

감당하기 버거운 길을 보았을 때 마음 가짐

"선생님

어제 신랑과 통화 어떠셨나요??

선생님

근데 처음 전화통화는 좋았던 것 같은데 두 번째는 그냥 한국이 낫겠다는 뉘앙스로 들렸나 봐요

저는 선생님과의 통화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해서 주선하였고요. 신랑과 통화하셔서 생각해봤냐고 물으시는 게 

더 나을듯해요


참고로 전 가톨릭이고요

점은 보지 않습니다 ㅋ

선생님께서 왜 그런 말씀하셨는지는 충분히 이해가지만요


메일 보내시고 다시 전 화주 신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해서가 아니겠냐며ㅠ


전 선생님께서 저의 길잡이가 되어주시는 것도 좋지만 신랑의 

좋은 인생선배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서요"


"신랑이 두 번째 통화 후에 부인에게 말한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을 단순히 오해의 영역으로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타국에 가서 새로이 정착한다는 것은 살 떨리는 과업입니다. 그 황량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벌판에 나가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더군다나 중년들에게 참으로 어려운 결단입니다. 


단지 남편분이 제 설명을 오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삼성 같은 대기업을 다닌 분이고, 나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사리분별을 해오신 분입니다. 저는 신랑에게 캐나다 가서 벌어질 일들을 설명했습니다. 어떤 각오로 임해야 하는지, 얻는 것, 잃는 것 등등..... 


군대를 갈 수밖에 없는 사람과 가도 되고 안가도 되는 사람이 있다면, 군대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질 수 있습니다. 군필 해서 직장 지원할 때 오는 이득과, 미필로 해서 오는 불이익을 알고 있지만, 굳이 군대 안 가도 되는 상황이라면, 자신에게 버거운 과업을 피해 가고 싶은 것도 인간의 마음이고, 저는 그것을 그 자체로 존중합니다. 


제가 남편분에게 한 시간에 걸쳐서 캐나다 생활을 소상히 말해주었고, 그것이 단지 이민법과 학생비자의 난관을 넘어서, 삶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남편은 그 미래를 실감 나게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온 반응을 부인께서 본 겁니다. 


이민은 정확히 그 실체를 알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때 시도하는 겁니다. 멋모르고 도착했다가 멘붕이 오는 중년들도 많이 보아온 지라, 저는 유학 가라고 등 떠밀지 않습니다. 이것을 단지 제가 남편을 오해하게 만들었으니, 다시 남편과 통화해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는 사안은 아닙니다. 


캐나다 와서 힘들어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으므로, 제 상담 후에 캐나다서 어렵게 지내는 사람들을 보는 제 마음도 속상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캐나다 생활의 실체를 상세히 알려주고, 그래도 그 길이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감당할 자신이 있으면, 결단을 내리도록 기회를 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사람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거, 원하는 것이 다르며 그것을 남들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남편이 어떤 마음을 제 상담 후에 가지게 되었건, 그것은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선한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안희정 지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