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진로상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기 Feb 27. 2017

소음에 민감해진다

미음에서 나오는 소음을 반성하기

팟캐스트 녹음을 하다 보니 소음에 민감해진다. 그러고 보면 생활공간 어디에서나 소음이 들린다.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 머리 말리는 드라이어 소리, 양치질하는 소리, 히터 돌아가는 소리, 사람들이 저편 방에서 웅성거리면서 말하는 소리. 그런 소리가 완전히 가셔지는 공간은 없다. 


비단 소리는 밖에서 들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시간을 다투면서 퇴근 전까지 업무를 마쳐야 할 때 마음은 각종 기호와 논리로 가득 차서 지나가는 사람이 커피 마시고 싶어 하는 눈치에 마음을 주지 못할 정도다. 열차시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총총걸음으로 Union 역을 향할 때도 마음은 다음 기차를 잡는 것과, 집에 도착하는 시간, 저녁에 해야 할 일들, 보내는 시간들에 대하여 드럼 소리를 내고 있다. 


집에 도착해서는 도마 위에 양파를 까면서, 오븐 불을 켜고 맹물을 냄비에 담아 올리고 요리를 하면서도 마음속도 요리의 진행과정과 함께 도마 소리, 물 끓는 소리, 젓가락 놓는 소리가 들린다. 설거지 할 때도 물소리, 그릇 소리만큼 마음속에도 요란하다. 설거지가 가져다주는 명상은 엄두를 낼 수 없다. 


"따르릉"

"카카오 톡"

전화가 오고, 카톡으로 누군가 말을 걸고, 질문을 하고, 안부를 여쭙고, 날씨를 물어보고, 자기 소식을 전하면서, 페북 알림 창에 누군가 새 글을 올렸다고 표시를 하고, 내가 적은 글에 대한 새로운 댓글이 달렸거나 '좋아요'가 붙었을 때 어느 분이 하셨나 확인도 해야 하고, 마치 점심시간을 앞두고 급히 길게 늘어서 있는 고객 상대를 해야 하는 은행창구직원들이 들을 만한 소리들이 눈을 통해서 들어온다. 


이렇게 저녁을 마치고 설거지도 하고 더운물을 데워서 율무차라도 만들어서 화롯불 앞에 앉으면, 손은 다시 유튜브로 가서 Chrome Cast로 대형 TV 화면을 켜서 그간 올라온 재미있는 동영상 놀이를 나선다. 그때 마음 한 구석에서 소리가 들린다. 

"이제 고만 쳐다보고, 운동을 좀 하시지, 아냐, 책을 보던가, 아냐, 식구들에게 말을 걸던가, 아냐, 공부를 하시던가"

밖에서 들리는 것만이 소음이 아니다. 내면에서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소리가 들린다. 말 걸고, 대답하지 않으면 재촉하고, 이도 저도 아니면 SNS를 통해서 이억만 리에서도 말을 걸어온다. 


그때가 언제였더라, 우리 현생인류는 SNS와 인터넷이 없던 시절,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해서 저녁을 마친 다음에 주변에 사람들이 없게 되었을 때, 창가에 희미한 겨울바람 부닥치는 소리와 툭툭 물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던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 당시 인류들은 책을 보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가부좌로 앉아서 명상호흡을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라는 노래도 유행했다는데, 월요일부터 다시 시끄러운 공장에 나갈 것을 추측하면서 조용한, 자기 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발버둥 쳤다는 것이다. 


차분함을 잊어버린 지 오래된 현생인류인 나는 문득 별거 아닌 일에 열불 올리면서 대답을 하고 나서 스스로 지쳐서 내가 낯설어지고 만다. 80%만 만족할 수 없을까? 나도 그렇지, 언제나 80%밖에 못하면서 남들이 20%를 못 보는 것을 가지고 그렇게 흥분하다니. 마음속에는 언제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일요일 밤, 화롯가에 앉아서도 고요를 느끼지 못한 나를 바라본다. 


ps. 친구여, 이럴 때, 들으면 도움이 되는 음악을 추천하시라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속에 화를 담아둔 사람들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