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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Mar 05. 2017

"어느 누구라도 잘 지내야지요"

처세론

"어느 누구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종종 안부 연락하고 잘 지내야지요"

직원 10명을 데리고 여행사를 운영하는 50대 김씨의 말은 당시 나에게 낯설게 들렸다. 전산 일을 하던 나는 모든 사람과 잘 지내지 못했고, 아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관심 가는 사람과는 친하게 지냈지만, 나랑 안 맞는 사람과는 연락할 필요가 없었다. 의견이나 행실 차이로 멀어진 사람도 있었다.

김씨의 처세론은 장사 속이었다. 언제건 다시 만나서 거래를 해야 할지 모르니 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이 친구~" 낯짝이 두꺼워야 가능하다. 누구에게나 쉽게 말을 걸고, 친한 척하는 것은 흔히 재래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사람을 사귀는 것이 거래를 위한 것이므로 자세히 보면 속이 깊지 않다.

김씨에게 친목이란 거래를 통해서 이득을 볼 수 있을 때만 지속된다. 거래를 떠나서 인간적으로 친해지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가능하다. 그냥 그 사람이 좋은 단계다. 누구를 만나도 사해 동포 정신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단, 한 가지는 노력할 수 있다. 동생이나 자식을 보듯이 '그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친하게 다가오는 사람을 두고 눈을 감고 잘 생각해볼 때, 저 사람이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그 사람에게 실수해도, 오만하게 행동해도, 그런 것과 개의치 않고 나를 친구로 대해줄까?

장사하는 사람은 돈이 안 나오면 떨어져 나가고, 고집이 센 사람은 자기 앞에서 실수하면 용납을 못하고, 권위적인 사람은 자신의 권위를 해치면 참지 못한다. 누구와도 친하게 지낸다는 것은 너그럽고, 속 깊고, 욕심 없는 사람이 하는 행동이다. 말로서 '누구나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라고 하는 사람은 실제로 다른 목적으로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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