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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Mar 05. 2017

Mirror Model

Mirror Model


롤모델을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인생의 본이 될만한 사람을 하나 만들어두라는 것인데, 살고 보니, 그런 사람을 별로 보지도 못하고 보았다고 해도 오래 모델로 삼지도 못했다. 살다보니 이런 저런 일로 잊혀지곤 했다. 본받고 싶은 훌륭한 사람, 훌륭한 인격을 얼굴을 볼수 있는 1미터 간격에서 오랫동안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으나, 아쉽게도 그런 모델들은 내 반경에서 멀리 살고 있었다. 


그 대신에...  이상한 인, 나쁜 인, 잘나도 너무 잘나서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 거만한 인, 나랑 달라도 너무 다른 인, 지질한 인, 성격결함이 있는 인, 맛이 간 인들은 주위에 많았다. 이런 사람들속에 둘러쌓여서 나는 어떤 인물이 되었을까? 그  플라스틱 통에 담겨서 믹서기로 윙윙돌리고 나면, 오늘의 내가 주조된다. 


인간 스무디~~~ 짜잔....


그 이상한 인간이 나를 얼마나 갈구었던지, 내 얼굴의 특징을 뻑하면 시비걸면서 놀리고, 나를 이용하고, 나를 혼내고 했는지 그 인간을 더이상 안보는 것을 목표로 살고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세월은 흘러 흘러  그 인간을 더 보지 않아도 되는 처지가 되었다. 롤모델은 커녕 이상한 사람만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더 넉넉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오랫동안. 


곰곰히 생각해보니 좋은 점도 있었다. 세상일이 모두 그렇다. 나쁜 것이 반드시 모든 면이 나쁜 것도 아니다. 쓰레기 통속에서 장미를 건질수도 있고, 장미꽃밭 사이에서도 가시에 찔려서 고생할 수 있다. 그 이상한 사람덕에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 저 사람처럼 행동하면 주변 사람들이 저런 식으로 변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더 시간이 흐르니, 그 이상한 사람을 360도 바라볼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람의 인생, 외로움, 편견 그리고 종말을 보면서 이런 생각까지 들게되었다. '그래, 그럴수도 있어' 비록 내가 그 밑에서 상처를 받았지만, 그 사람 자체를 한번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지금 다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저렇게 밖에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고,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을것이다. 


이런 것을 거울 모델, Mirror Model이라고 한다. 

본받을 사람은 없지만, 내 인생에 거울이 될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있다. 저렇게 살아야지를 깨닫는 것처럼,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를 깨닫는 것도 삶에 도움이 된다. 내 감정을 실지 않고, 편안하게 모델을 감상하는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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