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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Apr 03. 2017

성과연봉제

당당한 주권행사

성과연봉제


일을 잘한 사람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것은 수직적인 사회에서 우위에 있는 한 계급이 하위에 있는 계급을 가지고 놀 때 하는 짓이다. 한 개인을 선발해서 상을 준다는 것의 다른 의미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너희들도 이 직원을 본받으라는 무언의 질타이다. 대등한 관계라면, 당장 '네가 뭔데?'라고 반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대학교에 남학생과 여학생이 있다. 남학생이 가장 이쁜 여학생을 선발해서 상을 준다고 하면, 나머지 여학생들은 반발할 수 있다. 도대체 너희가 뭔데 여자들을 묶어 놓고 누가 더 이쁜지 아닌지를 판단하나? 그리고 미의 기준이 뭔데?


주택에 온돌을 개조하는 공사를 업체에 맡겼다. 기능공들 5명이 와서 일주일 동안 공사를 했다. 이때 집주인이 이 5명의 기능공들을 관찰하고 그중에서 가장 일을 잘한 기능공에게 보너스와 함께 상장을 준다고 해보자. 집주인은 업체 대표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받고 돈을 주면 된다. 집주인이 개별 직원을 감독하고 평가하는 것은 월권행위다. 그들은 팀으로 와서 일을 완료해준 것이지 개별적으로 집주인과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다. 상을 부여한다는 것은 그 집단의 구성원들을 협력보다는 경쟁관계로 만들어버린다. 달리기 시합처럼 가장 빨리 달린 한 사람만을 선발하는 것이다. 이 세상 문제가 이렇게 유능한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같은 도시에서 공존할 필요가 없다. 만인의 , 만인에 대한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헝거게임이다. 최후의 일인이 남을 때까지 경쟁자들을 도살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수상을 받게 된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계급을 벗어나지 않는다. 평가하고 보상하는 권한을 저쪽 편에 주고 나면, 그다음은 그 편에서 제시한 규정대로 살아야 한다. 이것은 주인과 노예의 규칙이다. 


우리는 한 가족이다. 서로 협동해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팀워크는 경쟁구도에서 심하게 훼손된다. 사회는 잔인해진다. 그리고 인간은 평등하게 대접받지 못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뉜다. 교사는 학생을 점수 매기고, 사장은 직원을 인사고과 하고, 교도관은 죄수를 평가한다.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권한이 어느 한 계급에 의해서 독점되는 한, 인간은 자유롭지도 , 평등하지도 않다. 성과연봉이란, 매우 모욕적이고, 부당한 처사다. 자신의 성과를 위해서 옆의 동료가 헤매고 있어도 도움의 손길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가 문제를 해결하면 그의 성과가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자신은 밀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집단 지성은 없어진다. 한 사람의 천재적인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복잡한 사회에서 어떻게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경쟁구도가 심화되면 사회 전체가 무능해진다. 화재가 났는데, 소방관들이 서로 자기 업적을 올리려고 한다면, 누가 수돗물을 공급해주고, 사다리를 받쳐주고, 유리창을 깨 주고, 교대해주나? 축구경기로 한다면 11명 선수가 모두 공격수가 돼서 자기가 공을 잡으면 놓지 않으려 하면서 게임하는 것과 같다. 


세상에는 혼자 힘으로 성과를 내야 할 일도 있다. 아이를 낳는다든지, 밥을 먹는다든지, 출석부에 도장을 찍는다든지, 회사까지 운전해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숲 속에서 사는 것이라면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사람들이 모두 협력해서 혜택을 보는 일들이 많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살아간다면, 당연히 경쟁보다는 협력을 많이 해야 한다. 한 사람이 과로하면 다음 날은 그가 쉬게 하고 다른 사람이 교대해야 한다. 수학 문제를 여러 사람이 지혜를 모아서 풀면 의외로 쉽게 풀린다. 자신이 잘하는 것 하나만 가지고도 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하고, 남들의 도움을 받으면 적게 일하고도 많은 것을 누리고 살 수 있다. 이것이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이유다. 


그런데,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고용주가 직원을 다루겠다는 말이다. 반대로 직원들이 사장을 선출한다면, 우리는 많은 후보들을 놓고, 적임자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이런 구조라면, 직원이 주인이 되고, 사장이 종이 된다. 회사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라면,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유능한 리더를 선발하고 그가 회사를 잘 경영하여 수익을 올리게 되면 그 혜택을 골고루 나누어 가진다. 이런 구조라면 직원은 이 회사가 자기 소유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게 될 것이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헌신할 것이다. 


한 사람의 열심보다는 전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한 사람이 상을 받으면 그 사람은 고무돼서 더 열심히 일하겠지만, 상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사람들은 회사 자체에 대해서 정이 떨어질 수 있다. 그간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정신보다는 나 개인의 업적을 위해서 영리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우리라는 생각으로 살던 사람으로 하여금 너와 나는 경쟁상대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 각자도생, 개인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개인플레이를 하는 축구선수들을 바라보는 답답한 감독의 마음이 된다. 


상장, 성과연봉, 이런 것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노사 간에는, 교사와 학생 간에는, 대등한 권한이 주워져야 한다. 사장이 사원에게 상장을 수여할 수 있다면, 사원도 사장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럴만한 지위가 되는지, 그리고 상을 받는 사람이 상을 부여하는 사람의 권한에 대하여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노예가 아니고, 능력은 몇 가지 기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감히 네가 뭔데 나를 평가해. 분노하는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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