血流春谷落花紅 | 혈류춘곡낙화홍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한 업체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창고에 있는 재고 전체를 싸게 인수하겠다고 하는 곳이 나타났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가격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없다. 다른 회사의 상품들도 많을 텐데 왜 우리 옷을 선택했을까 의아했지만 묻지 않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의문을 풀어준다.
“회사 로고가 마음에 들었답니다.”
남미 현지의 한 의류업체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즉, 연준에게 연락을 한 한국의 업체는 한국 상품을 외국 바이어들에게 소개해 주는 일종의 브로커인 것이다. 샘플을 보내주고 계약을 대행해 주는 중개인. 이 사람 말에 의하면 연준 회사의 로고인 초록색 나뭇잎 하나가 남미 의류회사의 기업정신과 통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좋은 소식이다.
연준은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살았다.
그때 전화가 왔다. 유전자 감식회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연준은 곧바로 그 회사로 찾아갔다. 직원이 두툼한 서류를 내민다.
그러나 연준이 알고 싶은 것은 하나밖에 없다. 다른 내용은 필요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오직 하나. 그것만 알면 된다.
가위와 수건에 묻은 혈액의 주인공 성별.
남자라고 한다.
연준은 자신의 혈액도 검사할까 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남자의 혈액이 묻은 가위를 할머니는 버리지 않고 비밀리에 간직해 두었다.
그리고 그것이 유품이 되어 연준에게 왔다.
무슨 뜻일까?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연준은 자신이 태어났다는 성남의 그 주소로 가보기로 했다. 며칠 전 부산에서 그 흔적을 놓친 소녀의 미래가 있는 곳으로.
소녀, 아니 여인, 그래 소녀든 여인이든 아무튼 연희는 휴전이 되던 해에 공동묘지를 떠나 경기도 광주의 심곡리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탄천을 따라 넓게 퍼져 있는 논밭, 진흙길, 군데군데 섬처럼 모여 있는 못생긴 나무들 군락. 그곳에 부산에서 올라온 피난민 일부가 정착했다. 연희도 그들을 따라서 올라왔다. 전쟁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아 서울 인근도 안전할 것이라 생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타향살이 삶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연희에게는 아기가 딸려 있었다.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애 엄마. 연희는 부산 피난살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질 대로 다 망가져 있었다. 그런 중에도 아들 수연이 큰 병 없이 그런대도 잘 자라 그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심곡리에 모인 피난민들은 처음에는 행상부터 시작했다. 그 인근의 너른 평야에는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각종 채소와 과일이 잘 자랐고, 나무숲도 우거져서 땔감나무를 구하기가 수월했다. 그러나 연희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없어서 수연을 비롯해서 다른 집 아이들을 돌보고 집집마다 다니며 청소하고 정리해 주는 일을 도맡았다. 이것도 사실은 큰 일에 속했다.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다른 집에서 어린아이들을 놔두고 어른들이 마음 놓고 밖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갈 수는 없었다. 행상들이 서울이나 광주, 과천 등으로 나가서 팔아야 하는데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둘씩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서너 가정만 남게 되자 이들이 함께 서울 쪽으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여기저기 이사 다니다가 결국에는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연희는 남의 집에 가서 바느질, 빨래, 청소 등등 안 해본 것 없이 온갖 일을 다 했다. 그리고 비록 사글세나 전세를 살더라도 조그만 텃밭만 있으면 그곳에 각종 채소를 심어서 찬거리를 마련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크고 작은 일을 하면서 조금씩 저축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어느 날 근처의 허름한 작은 집을 사서 이사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 집을 계약하고 나서 며칠 동안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근 보름 동안 기대에 부풀어 짐도 싸고 정리도 하고 새로운 세간도 알아보고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냈다. 특히 국민학교에 다니는 수연은 엄마보다 더 신이 나서 매일같이 언제 이사 가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사하는 날이 되었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축하해 주었다. 남편도 없이 어린 나이에 그 고생을 다 하더니 얼마나 잘 되었냐고 등을 두드려 주기도 하고,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특히 근처에서 혼자 사는 한 상이군인은 자신이 이삿짐 다 날라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 남자는 육이오 때 그 유명한 강원도 영월 근처 전투에서 왼쪽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고 하며 다리를 절룩거리고 다녔는데, 연희의 고향이 고성이라는 것을 알고는 영월과 강원도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핑계로 평소부터 연희네 집을 자주 들락거렸다.
그러나 상이군인은 온 동네에서 내놓은 사람이었다. 나라에서 나오는 얼마 안 되는 상이군인 연금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살 수 없는지 동네사람 등치고 외상값 떼어먹고 하는 식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특히 사람들 모여 있는 장소에 찾아가 방 뜨신 곳을 독차지해서 앉고 나면 그날은 그것으로 해가 지는 것이다.
“그날이 일천구백오십일 년 1월 24일이었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675 고지에 중공군 뙈놈들이 글자 그대로 개미떼처럼 쳐올라오는 거야…….”
이렇게 시작된 전쟁담은 끊임없이 이어지기 일쑤였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아무나 붙들고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이다. 게다가 그 자리를 피하는 이가 있으면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패악을 부리고 보복했다.
“그날 새벽 엄청 추웠지. 해도 뜨지 않은 시각이었어. 아니, 형씨. 어디 가? 이리 와, 이리 오라니까. 대한민국이 어떻게 살아남은지 알아, 공산당한테? 당신 같은 아재들 나 없었으면 지금 이렇게 못 살아. 그거 알고나 있는 거야?”
두 눈을 희번덕 치켜뜨면서 침 튀기며 이렇게 반말 투로 말을 하면 아무도 자리를 피하지 못한다. 아무리 나이 많은 어르신이라도 슬금슬금 눈치 보며 다시 돌아와 앉는 것이었다. 남들 보기 멋쩍어 흠흠 하면서.
“거 담배나 좀 하나 주쇼. 입이 심심하잖아. 어이, 심씨, 그거 말고 양담배 감춰둔 거 있잖아.”
상이군인 저 혼자만 신나서 떠벌이는 전투 이야기는 사실은 늘 동일한 내용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이군인은 매번 똑같이 수류탄 던지는 동작, 소총 겨누는 모습, 육박전 벌이는 동작을 하면서 전투장면을 읊어댄다. 이미 동네사람이 다 외우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중공군 총알에 다리를 맞고서 으아악 하고 쓰러지는 동작. 육이오 영화에서 보고 또 본 그 장면 그대로였다.
“바로 이게 그때 그 상처올시다. 총알이 관통했어. 조금만 옆으로 맞았으면 다리 뼈 다 으스러졌지.”
상이군인은 이 대목에서도 여지없이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고서 바짓가랑이를 들춰올린다. 이제는 희미하게 남은 상처자국. 사람들은 돌아서서는 뭐 별로 깊지도 않은 상처구먼 하면서 툴툴대지만, 그 앞에서는 늘 놀란 듯이 눈을 번쩍 떠주어야 한다.
“난 말이오, 사실 이렇게 총에 맞았는지도 몰랐어. 눈 쌓인 그 675 고지에서 어찌나 전투가 치열했던지. 그냥 총알 갈겨대고 육박전까지 하며 싸우고 났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거야. 그것도 사실 나는 처음에는 알지도 못했는데, 아 글쎄 우리 5연대 2대대 문태준 소령님이 나더러 다리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서 알게 되었지. 정신없이 싸워댔거든. 그리고는 나중에 그 대대장님이 나를 보고 뭐라고 했는 줄 알아?”
황 일병이 나라를 통째로 구했다고 했다지 뭐. 사람들은 죄다 속으로 이렇게 말을 했다. 동네 한 사람은 3년 동안 사흘 간격으로 300번도 더 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는 다 아는 이야기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 모든 이가 다 궁금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클라이맥스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아, 글쎄 말이우. 내가, 바로 내가…….”
상이군인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입가가 씰룩거리며 침까지 튀어나온다.
“나라를 통째…….”
그 순간 갑자기 끼어드는 날카로운 음성.
“이봐, 황씨, 이거 외상값부터 갚아!”
상이군인의 천적인 막걸리집 외눈박이 조씨 할멈이 어느 샌가 나타나 외상 술값 깨알같이 적어놓은 구깃구깃한 종이쪼가리 하나를 들이민다.
“아이구, 할멈! 지금 이런 거 내밀면 어떡해?”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상이군인도 이 할멈에게만은 꼼짝 못한다.
“이 많은 돈 언제 갚을 거야? 내 오늘은 약조 꼭 받아야겠어. 언제 줄 거냐니까? 돈 없으면 그 윗도리하고 바지까지 다 벗어서 내놔! 갖다 팔아버리게.”
“아니, 이 할망구가 왜 남의 바지를 벗기려고 해? 내 거기가 탐나?”
“미친 놈! 빨리 돈 내놔!”
이 틈에 사람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빠져나간다.
이렇게 동네 망나니짓하는 상이군인. 그러나 연희 앞에 가면 순한 양이 된다. 그런 정도가 아니라 없는 일까지 만들어 연희네 집 안을 돌며 치우며 닦고 고치고 하는 것이다. 그러자 당연히 사람들은 상이군인이 연희에게 흑심이 있는 모양이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희는 그런 말을 듣고도 내색하지 않고 평소대로 행동했다. 물론 상이군인에게도 아무런 속내를 보이지 않고 저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처음에야 말리고 사양하고 그랬지만 그랬다고 듣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연희가 홀어미라고 해서 혹 눈치 없이 슬그머니 다가와 집적거리는 남자들이 있으면 도끼나 낫을 들고 달려가 죽이네 마네 난리를 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연희에게 장가들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며 에이 뭐 하며 뒤로 빼곤 했다. 그리고 자기 고향인 경북 시골 깡촌의 가족은 전쟁 때 모두 공산군에게 학살당해 아무도 없어서 가지도 못한다는 말을 할 때는 연희는 늘 안쓰러운 마음과 남모를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연희네가 이사하는 날 아침 일찌감치 상이군인이 들이닥쳤다. 사실 가구라고는 단 낮은 낡은 옷장과 아들 수연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사준 큼지막한 책상이 전부였다. 하지만 부산에서 올라와 여기저기 떠돌았어도 부엌살림에 여러 농기구 등등이 꽤 되었던 것이다.
상이군인은 어디에서 빌려온 것인지 빼앗아 온 것인지 다 낡은 리어카를 끌고 왔다. 그리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방에 들어가 물건들을 번쩍번쩍 들어올리고서 절뚝거리면서도 위태위태하게나마 문지방 너머 좁은 툇마루 밟고 아슬아슬하게 내려서서 옮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연희가 아무리 조그만 물건이라도 들고 있으면 강제로 빼앗다시피 해서 리어카 물건들 사이에 쑤셔넣었다.
그렇게 해서 짐들을 리어카에 잔뜩 올려 쌓았는데도 아직 부엌 물건이 반은 남아 있었다.
“수연 엄마, 일단 리어카에 실은 것 먼저 갖다놓고 올게요. 가는 데 기껏 20분밖에 안 걸리니까 두 번 갖다오면 되지 뭐.”
“아녜요.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 그것만 실어다 주시면 돼요.”
“헤헤, 그렇게는 안 되지. 수연 엄마 고향도 강원도고 내가 공산당하고 싸우다 총 맞은 데도 강원도인데, 그게 보통 인연이우. 내가 찬찬히 갔다 왔다 두 번 할 테니 걱정하지 마슈.”
“아유, 미안해서…….”
“내 냉큼 실어다 놓고 올 테니 여기서 잠시 쉬고 있어요. 그새 뭐 일한다고 물건들 내오지 말고.”
“죄송해요.”
연희는 손을 비비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상이군인은 리어카 손잡이를 잡아 올리고 힘을 끙 준다. 연희가 달려가 리어카 뒤를 밀었다. 그러자 리어카가 움직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쌓아올린 짐들이 약간 흔들리는 것 같아서 연희가 마음이 불안하여 뒤따라가며 뒤를 붙잡았다.
“제가 따라갈게요. 혼자서 힘드실 거예요.”
“아니, 됐수. 내가 다리는 하나 절어도 젊어서부터 힘은 황소였소.”
그 말은 맞았다. 상이군인은 특히 팔 힘이 얼마나 센지 눈에 거스르는 사람 한 팔로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면 상대방은 아등바등하면서 쩔쩔매는 것이었다.
상이군인은 평소 사람들이 잘 다듬어 놓은 동네 길을 덜커덕덜커덕거리면서도 리어카를 솜씨 있게 끌고 갔다. 근처 사람들 몇이 나와 그 광경을 보면서 한마디씩 한다.
“웬일이래. 동네 일은 관심도 두지 않는 사람이 연희네 일은 저렇게 발 벗고 나서니.”
“뭐 다 흑심 있어서 그런 거지 뭐.”
“수연이 엄마, 저 양반 그 집 주소 알고 있는 거야?”
“예, 먼젓번에 한번 갔다 왔어요.”
“에구, 그래도 나는 어쩐지 미덥지가 않아…….”
“둘이 아주 살림을 차리지 그래.”
연희는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아들 수연이 부엌에서 이것저것 들고 나와 마당에 쌓아놓고 있었다.
“내가 할게.”
연희는 아들을 따라 부엌으로 조르르 달려들어갔다.
이웃 아주머니 한 분도 따라서 들어간다.
두 사람은 남아 있는 부엌살림을 하나씩 밖으로 내다놓았다.
옆에서는 아들도 신이 나서 그릇 몇 개씩 들고 나른다.
“조심해라. 깨지지 않게.”
연희의 콧잔등에 땀이 송송 배었다.
…….
그렇게 해서 한 시간여가 지났다.
그러나 상이군인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새 연희는 여러 번 밖에 나가 멀찌감치까지 가서 손을 눈썹 위에 올려놓고 혹 상이군인 그림자라도 보일까 하고 발뒤꿈치를 들고서 살폈다. 그러나 오가는 마을사람 몇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연희는 초조해졌다.
애가 탔다.
한 시간 반이 지났다. 부지런히 했으면 벌써 두 번은 왔다갔다했을 시간이었다.
근처 아주머니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찾아와서 같이 걱정해 준다.
“그놈의 절름발이가 어디 가서 낮잠을 자나, 왜 오지 않는 거야?”
“어디 가서 또 술 처먹는 거 아냐?”
그러다가 한 아주머니가 깜짝 놀란 듯 말한다.
“에구, 수연이 엄마, 집에 뭐 없어진 것 없수? 얼른 들어가서 찾아봐.”
연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다닥 방에 들어가자마자 벗어서 한 옆에 개켜놓은 윗도리를 집어들었다.
어딘지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안주머니를 만져보았다. 아무것도 짚이지 않았다. 얼른 안주머니 단추를 풀고 안을 뒤졌다. 없었다.
집값 잔금 치를 돈을 싸둔 신문지 뭉치.
혹시 방 안 어디인가에 떨어진 것은 아닌가 하고 살펴보았다. 그러나 있을 리가 없었다. 연희가 이미 깨끗이 청소해 두었기 때문이다. 연희는 미친 듯이 자기가 입고 있는 옷 여기저기를 더듬고 뒤지고 해보았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엌으로 달려들어가 구석구석 다 살피고, 마당으로 뛰어나가서는 쌓아놓은 무더기를 마구 헤치며 뒤졌다.
근처에 있던 아주머니들도 달려왔다.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없어졌어?”
“절뚝발이 그놈…….”
연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연희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달려나가 이사 갈 집을 향해 뛰어갔다.
온 동네에 소문이 확 퍼졌다.
여러 사람이 연희를 뒤쫓아 뛰어갔다.
한 사람은 연희 대신 파출소로 달려가 신고했다.
내 그놈 그럴 줄 알았지…….
그 못된 놈 처음에 이 동네 기어들어올 때부터 느낌이 안 좋았어…….
어쩐지 하는 수작이 음흉하더라니까…….
에고, 악당 같은 놈 사라졌으니 오히려 잘 됐다…….
수연이네 불쌍해서 어떡하누…….
동네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사람마다 죄다 나와서 웅성거리기도 하고 연희네 집으로 와서 걱정하기도 했다.
이 일을 어떡해, 어떡해…….
착하디착하게 살기만 했구먼 이게 뭔 날벼락이야…….
나중에 경찰이 조사해 보니 리어카는 연희가 이사 갈 집 가는 도중의 한 숲속에 옆으로 쓰러진 채 버려져 있었다. 짐은 모두 나뒹굴고 있었고.
그리고 또 한 가지, 그 절름발이는 상이군인이 아니었다. 어디선지 모를 곳에서 사기치고 여기저기 도망다니는 수배자였던 것이다. 게다가 성도 황가가 아니라 정가.
[다음 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