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이야기
3
현희는 마음이 씁쓸한 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까 낮에 연미가 와일드 윈드에 대해 너무 엉뚱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현희를 귀찮게 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었다.
고 계집애……. 무슨 말을 못 해요, 말을.
아서라. 애당초 내가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한 것이 잘못이지. 연미는 제 이모, 즉 현희 엄마를 꼭 빼닮은 것 같았다. 현희 이모, 그러니까 연미 엄마는 안 그런데. 이모는 늘 말없이 은근한 미소만 짓는 분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런 면에서 현희는 이모와 비교해서 엄마가 항상 불만이었다.
네 엄마나 닮지 왜 남의 엄마를 닮은 거야, 씨…….
오후가 되자 날씨가 많이 누그러지더니 저녁이 되니 추위는 거짓말처럼 싹 풀렸다. 하지만 현희의 마음은 이상하게 점점 더 얼어붙고 있었다. 이유는 분명하게 알 수 없었다. 무엇인지 모를 불안감. 아니, 그런 것보다는 찜찜함. 혹 어떤 예감?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이게 무슨 느낌이지……?
현희는 아파트 상가의 제과점에 들어갔다. 호들갑스러운 엄마의 놀란 가슴 달래주려고 엄마 좋아하는 단팥빵 몇 개를 샀다. 돈이 얼마 남았나 세어보고 나서 이달 내내 쓸 것은 남겨두고 모두 털어서 산 것이다.
제과점을 나서서 몇 발자국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니 어떤 소년이 비닐 빵 봉지를 들고 제과점에서 나오고 있었다. 단팥빵 같았다.
“이거 떨어뜨렸는데요.”
현희는 얼른 빵 봉투를 열고 들여다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어, 하나가 없네. 다시 세어보았다. 그러나 역시 다섯 개였다.
현희는 얼른 고개를 들고 소년이 든 빵 봉지를 쳐다보았다. 참 이상하다. 분명히 점원이 여섯 개 세어서 주었고, 현희도 봉투를 받고 나서 곧바로 안을 들여다보고 세어보았었는데.
어떻든 다행이다.
“고마워.”
현희는 얼른 소년에게 다가가서 빵 봉지를 받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던 것이다. 저 애가 빼냈나……? 그럴 리는 없지. 하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그런데 소년은 처음 보는 아이였다. 하긴 여기는 대단지 아파트니까 애들이 좀 많아. 게다가 늘 이사 가고 이사 오고 하는데. 그런데도 어딘지 소년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옷도 좀 이상한 것 같고. 하지만 아동복 종류도 엄청나게 많으니까. 옛날 옷 그대로 입히는 경우도 많고.
소년이 빵 봉지를 건네주면서 싱긋 웃는다.
현희는 저도 모르게 빵 봉지를 다시 건네주었다.
“너 먹어. 나는 많아.”
“괜찮아요.”
소년의 눈이 참 맑았다. 그리고 무척 깊어 보였다.
어머, 세상에…….
어떤 글에서 읽은 ‘호수 같은 눈’이 바로 그것 같았다. 그 글이 정말이구나. 그런 눈이 진짜로 있었어.
그 아이의 조그만 눈이 너무도 넓고 깊어 보였던 것이다. 2학년 여름에 온 식구가 놀러갔었던 춘천의 소양호처럼.
춘천에는 작은할아버지가 아직도 사시고 있어서 식구들이 가끔 그곳에 가곤 했었다. 그러나 소양호에 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드넓은 호수를 한 바퀴 돌았을 때 그 느낌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하늘에는 솜 찢어놓은 듯한 구름 조각 몇 개가 둥둥 떠다니고, 호수에는 검푸른 물결이 잔잔하게 일면서 시원한 호수 바람 맞으며 달려가던 유람선.
가뭄이 심해 농사 짓는 데 어려움이 많아서 다목적 용도로 소양강댐을 만들었다고 한다. 1968년에 완공되고 29억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혀 감각이 없었지만, 소양호를 내륙의 바다라고 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한때는 동양 최대의 담수호, 즉 인공호수라고 하고 세계에서 네 번째 크기라고도 했었다는데, 그 뒤에 그보다 더 큰 호수가 여럿 만들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한국에서는 충주호에 이어 두 번째 크기라고 한다.
첩첩산중 한가운데 펼쳐져 있는 바다와 같은 호수를 한 바퀴 돌았을 때 그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그러나 그 호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가옥이 물에 잠겼다고 한다. 물속에 들어가 보면 그런 집들이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호수를 돌면서 물 가장자리를 보면 수면 바로 위쪽에 흙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그 위부터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수에 물이 가득할 때보다 지금 그만큼 물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란다. 그러니까 아직 비가 더 와서 그 높이까지는 물이 차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는 캄보디아의 톤레삽호라고 한다. 티베트에서 시작하여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까지 흐르는 메콩 강 하류에 있는 호수인데, 우기 때는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라고 하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호수들이 푸른 물인 것에 비하면 톤레삽 호는 사시사철 흙탕물이라고 하니 호수나 호반이라는 말이 풍기는 낭만적인 느낌은 들지 않을 것 같았다. 또한 그 호수에는 베트남이 망할 때 난민들이 배를 만들어 그 호수로 도망가서 사는 바람에 지금도 보트피플들의 수상가옥이 집단으로 여기저기에 떠 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소양호의 광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소양강 처녀’가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선착장에서 하얗고 근사한 유람선을 타고 오봉산 기슭까지 다녀온 그 기억은 1년도 더 지났지만 지금도 생생하다.
아 참, 그 애 눈. 어쩜 작년 여름의 그 소양호처럼 그렇게 깊고 드넓어 보이는 것일까.
현희는 돌아서서 집으로 향하면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아침 새벽의 추위는 온데간데없어지고 포근해진 날씨의 밤하늘은 검은 투명 유리알처럼 맑고 깨끗했다. 여기저기에서 별들이 반짝이고. 그 하늘도 마치 호수 같은 느낌이었다. 밤하늘 밤바다, 아니, 밤 호수에 떠 있는 여러 추억들. 그리고 그동안 공부에만 파묻혀 있느라 잊고 있었던, 아스라이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 밀려오는 낭만 같은 감정. 아, 이 밤은 참 아름답구나…….
현희는 문득 뒤를 돌아다보았다.
아까 그 소년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응……?
집이 같은 방향인가?
“너 몇 동에 사니?”
소년이 그 맑은 눈을 들어 현희를 바라본다. 현희의 가슴이 갑자기 뭉클한다.
“나 여기 안 살아요.”
“그럼 너희 집 어디인데?”
소년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별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현희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소년에게 눈을 돌렸다.
“어디에 사니?”
“저기요.”
소년이 다시 하늘을 쳐다보며 대답한다.
현희는 이번에는 소년을 빤히 바라보았다. 얘가…….
소년이 미소 짓는다. 그 미소가 참 맑다. 새하얀 눈처럼. 어쩜 남자애가 저렇게 고울까…….
“너희 집 어디야?”
“나는 하늘에서 왔어요.”
현희는 양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더니 곧 웃음이 터져나오려 한다. 꾹 참았다.
“집에서 걱정하시겠다. 얼른 가봐.”
“집이 없는데.”
현희는 잠깐 소년의 눈을 마주 바라보다가 말투를 약간 딱딱하게 바꾸어서 말했다.
“부모님이 걱정하세요. 얼른 집에 가세요.”
그 말만 하고 현희는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성큼성큼 옮겼다.
그 순간 뒤에서 소년이 어떤 말을 했는데 현희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내일 또 올게요. 이 시간에.”
현희는 잘못 들었나 하고도 생각했으나 분명히 그 말을 듣기는 했다.
별 이상한 애 다 봤네……. 오거나 말거나.
4
다음날 일요일, 아침에 곧바로 논술학원에 가려 했는데 아빠 얼굴이 굳어진다. 교회에 갔다가 오후에 나가라는 뜻이다. 하지만 엄마는 눈짓으로 얼른 학원에 가라고 재촉한다. 현희는 약간 망설였다. 그러나 아빠 말을 안 들었다간 나중에 여러 가지로 손해를 보게 된다.
현희는 엄마 입이 이만큼 나오는 것을 못 본 체하고 학원 가방에 성경책을 넣고서 집을 나섰다. 1부 학생예배에 갔다가 끝나자마자 곧장 학원으로 갈 생각이다.
예배시간에 현희는 어딘지 허전한 것을 느꼈다. 고등부 회장인 성운이 안 보여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성운은 참 괜찮은 아이였다. 집안도 좋고 체격도 당당하며, 무엇보다도 잘생겼다. 게다가 거의 수재란다. 그리고 교회에도 정말 열심이어서 담임목사님이 설교시간에 자기 후임은 성운이라는 말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성운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다. 수시로 서울대 영문과에 합격했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학생부 평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아니, 그것이 아니라 유네스코 본부에서 상을 탄 리포트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다. 들리는 말로는 표절이 심했다고 하는데 현희로서는 그 이상은 모른다. 다만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 아이들 사이에서 그런 말이 돌 때도 성운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교회에 잘 나왔었다.
“왜 그런 짓을 했대?”
“무슨 짓?”
“표절. 표절 몰라?”
“아직은 잘 몰라. 확실한 건 아닌가 봐.”
“그래도 그런 말이 돌면 이상해지는 거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얼마나 똑똑하고 스마트한 애인데. 믿음도 좋고.”
“그래도 표절은 좀 아니다.”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너무 많이 나가지 마. 그럴 친구가 아냐. 뭔가 잘못된 걸 거야.”
“내 생각에도 그래.”
“그런데 오늘 왜 안 나왔지?”
“그러게. 무슨 일 있나?”
“곧 오겠지 뭐. 회장인데.”
그러나 성운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성운은 오늘 예배의 대표기도 담당이었던 것이다.
전도사가 예배를 진행하다가 대표기도 순서에서도 성운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부회장인 현희에게 기도하라고 말한다. 현희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렇잖아도 그렇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던 차였던 것이다. 아무튼 현희는 기도를 하긴 했는데 엉망진창이었다. 평소에는 종이에 기도문을 써와서 읽다시피 했었는데 오늘은 미처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현희는 기도가 끝나고 나자 얼굴이 빨개져서 자기 자리로 돌아와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반별 성경공부 시간에도 성운은 보이지 않았다.
우울했다. 현희는 괜히 주눅이 들었다. 자신이 수시전형에서 떨어져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수능 점수가 예상보다 적게 나와서 그런가? 그런 면도 있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정 안 되면 1년 재수하면 되지 뭐. 요즘 재수는 필수라고 하지 않던가. 담임도 그런 암시를 주었었다. 학교성적에 비해 수능 점수가 너무 안 좋은 것이 아깝다고 하면서. 그러나 그런 것보다도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성운 때문인가? 아마도 그럴 것 같았다. 성운은 평소에 현희에게 끔찍이도 잘 해주었다. 게다가 둘 다 영문과에 도전하기로 한 것을 알게 되고선 어딘지 동반자 같은 느낌도 들었었다. 인생의 동반자라는 말은 아직 하기 힘들지만, 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슴 두근거리는 감정 같은 것들…….
하지만 성운에게서 표절이라는 말이 들렸을 때는 왠지 모르게 ‘운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었다. 왜 운명이었을까?
운명……. 뭐가 운명이지? 인생에서 피해 갈 수 없는 어떤 상황을 가리키는 것인가? 아니면 서로 간에 어떤 공통적인 것이 나타나서 피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혹 그 둘 다……?
답답했다. 갑자기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막히는 것이었다. 실내는 공기가 가득한데, 왜 가슴이 이렇게 힘들어지는 거지?
현희는 간신히 성경공부시간을 넘겼다. 하마터면 맑은 공기를 찾아 밖으로 뛰쳐나갈 뻔했다.
5
논술학원을 끝내고 현희는 집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우울하게 보내서 그런지 힘이 하나도 없었다. 빨리 집에 가서 씻거나 먹지도 않고 침대에 푹 쓰러지고 싶었다. 그런데도 머릿속은 어떤 알지 못할 이유로 뾰족해지고 있었다. 점점 더. 마치 북극의 뾰족한 얼음 산들처럼.
뾰족뾰족.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어깨에서, 등에서, 심지어 신발 속에서도 무엇인가가 뾰족뾰족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것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그리고 뾰족뾰족한 얼음 산들 사이에서 성운이 삐죽 떠올랐다. 아니, 그 이름이 아니라……, 그게 뭐지? 뭔가가 있었는데……. 아, 그래. 그 단어. 아이들이 떠들던 말. 표절.
표절이라는 말이 떠오른 순간 현희는 저도 모르게 강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현희는 갑자기 생각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발걸음을 우뚝 멈춰섰다. 운명처럼. 정말 운명…….
현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제과점!
어느새 현희는 아파트 단지 앞의 상가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제과점이 보였다. 어제 그 제과점. 지나갈 때마다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하고도 진한 빵 냄새.
응, 제과점 가까이 와서 그랬구나. 그 냄새 때문에.
현희는 자신이 왜 멈춰섰나 생각하다가 제과점 냄새를 떠올린 것이다.
그런데……, 누가 인사를 한 것 같은데…….
현희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앗, 깜짝이야!
소년, 어제 그 애.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 맞아. 어제 저녁에 만났었지. 그리고 내가 흘린 빵 주워주었고. 아니, 글쎄……. 내가 정말 빵을 흘렸었나……?
그 점은 좀 미스터리다. 아무리 정신이 없었어도 그렇지, 빵 흘린 것을 몰랐을까?
이 부분은 나중에, 입시 끝나고 나서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은 그런 것까지 머릿속에 담아두기에는 너무 벅차다. 오늘 논술 공부만 가지고도 머릿속이 터질 것 같으니까.
“응, 너구나.”
현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면서 가능한 한 아무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내가 이 시간에 온다고 했잖아요.”
“온다고? 어디에서?”
“하늘에서.”
“…….”
얘가 뭐라는 거야?
“오늘도 빵 흘렸어요.”
소년이 빵 봉지를 내민다. 어? 방금 전엔 소년의 손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냐. 난 오늘 빵 안 샀어.”
“그래도 이거 흘렸어요.”
얘가 좀 이상한 아이구나. 누구한테 장난질이야?
“너 혼나 볼래?”
“여기에도 흘린 빵이 또 있는데…….”
소년의 다른 손에도 갑자기 빵 봉지가 들려 있었다. 둘 다 단팥빵 같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빵. 그런데 어디에서 갑자기 빵 봉지가 나타난 거야?
현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내 거 아니야.”
“그렇지만 남이 흘린 것은 잘 줍잖아요.”
얘가 뭐래?
“눈이 좋으신가 봐요?”
눈……? 나는 요즘 눈이 침침해서 안경 맞춰야 할까 보다 생각하는 중인데…….
“안경 안 맞춰도 돼요. 잘 보시는데요 뭐.”
내가 잘 본다고? 뭘?
“내 눈에서도 봤잖아요.”
내가 네 눈에서 뭘 봤다고 그래?
“어제 봤잖아요.”
내가 뭐를 봐?
“호수.”
무슨 호수?
“넓고 깊은 호수.”
웬 호수야, 갑자기.
“갑자기 아녜요. 누나 마음에 늘 남아 있는 호수. 그 호숫가.”
호숫가……. ‘그’ 호숫가.
맞아, 그 호숫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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