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이야기 | 탈출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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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이야기 | 탈출작전
[이야기] 김연화 어린이 [각색] 배심규 선생님
경비대장은 화장실에 들어가서 고미니한테서 받은 검은 통을 열었다. 그 안에는 돌돌 말린 종이가 들어 있었다. 암호 문자로 된 문서와 이상한 그림들. 경비대장은 각각 따로따로 그려진 그 그림들을 잘게 잘라냈다. 그리고 퍼즐 맞추기처럼 이리저리 맞춰보니 하나의 커다란 지도가 되었다. 그런 다음 암호 문자와 지도를 하나하나 연결해 본다.
그것은 흑마성을 탈출한 뒤 어느 지점까지 가서 옛 명왕성 병사들과 만나러 가는 지도와 탈출방법이었다.
그리고 경비대장이 고미니를 통해 의문의 여자에게 전해 준 하얀 통에는 흑마성으로 진입하고 또 탈출하는 루트가 그려진 암호지도가 들어 있었다.
이것을 한 번 더 설명하면 이러하다. 우선 명왕성 결사대가 경비대장이 그려준 지도를 보고 흑마성 안으로 들어가서 어떤 요인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간다. 그 뒤 경비대장이 받은 지도를 따라서 가다 보면 호위하는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경비대장의 정체는?
그렇다. 경비대장은 비록 흑마성의 다크아이 밑에 있지만 그 이전부터 늘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흑마성이 있는 케로베로스 위성도 사실은 명왕성 마라이트 왕자의 영토다. 따라서 흑마성 자체가 마라이트 왕자에게 반역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다크아이와 간수장만 알고 있는 감옥에 갇힌 인물의 정체에 대해서 경비대장은 최근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죄수를 탈출시키기로 결심하고 비밀리에 명왕성 결사대와 접촉을 한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서.
그러나 고미니 병사 문제로 경비대장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죄수가 탈출하면 고미니는 그것이 경비대장과 연관된 것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또한 경비대장은 고미니의 고향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나중에 고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경비대장을 고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고미니를 아무도 몰래 감쪽같이 제거하는 것. 또 하나는 죄수와 함께 탈출시키는 것. 그러나 두 번째 방법에서는 고미니가 탈출하면 그와 동시에 그 조의 나머지 둘은 즉시 처형된다. 게다가 경비대장 자신이 그것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 죄 없는 두 병사를 경비대장이 자기 대신 죽여야 하는 것이다.
경비대장은 이 문제 때문에 괴로웠다. 다크아이를 배신하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인데, 자신의 충성스러운 병사 둘을 경비대장 자신의 죄 대신 죽여야 하는 모순. 그리고 만일 경비대장이 죄수와 함께 흑마성을 탈출하면 고향에 있는 자기 가족이 다크아이에게 몰살당한다.
따라서 경비대장 입장에서 보면 죄수가 탈출한 뒤 고미니와 나머지 두 병사에게는 아무런 문책도 하지 않고, 경비대장이 죄수 탈출에 대한 책임으로 다크아이에게 문책당해 감옥에 갇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때 고미니가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경비대장이 고미니의 고향에 있는 가족에 대한 안부를 확인해서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고미니가 모든 일을 눈치 챌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뒤에는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
경비대장의 고민은 깊어갔다.
한편, 다크아이의 대군은 오이키아 행성으로 계속 행진하고 있었다. 지금껏 우주에서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를 이루고 있는 군사들의 진격. 그러나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생각보다는 속도가 꽤 느렸다. 다크아이가 아무리 재촉해도 3천만이 넘는 군사들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속이 터지면서도 느릿느릿 행군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이키아 행성계까지 지름길로 가면 빠르고 편하겠지만, 그 길은 수많은 우주 상인들이 왕래하는 곳이어서 사람들 눈에 띄기 쉽다. 그래서 아무도 다니지 않는 험한 길로 가기로 했다. 그런 탓에 진군 속도는 더욱 느려지고 있었다.
다크아이는 태양계 정복에 앞서 오이키아 행성계를 점령하여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병사들을 더욱 확보한 뒤 단 한 번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으로 태양계 전체 행성과 위성을 한꺼번에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 뒤 힘을 더욱 강성하게 하고 나서 우주 전체에 대한 정복전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우주 역사상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다크아이의 엄청난 군대는 명왕성과 오이키아 행성계 사이의 그 어마어마하게 넓고 거친 광활한 우주 공간을 느릿느릿 진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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