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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무의도 할머니가 해준 말을 곰곰 곱씹고 있었다. 너무도 충격적인 이야기들.
그 할머니는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털어놓아야 할 짐이었다고 했다. 40년 이상 마음속에 감춰두고 살아왔던 것, 그러나 너무나 갑자기 그 일이 현실로 찾아왔다고 한다.
교회 근처 식당에서 일하다가 아무런 생각 없이 교회 쪽으로 걸어갔는데, 웬 젊은 여자가 머뭇거리는 듯한 모습으로 교회 앞에 서 있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게 되었다. 마치 운명처럼. 그리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할머니는 어떤 예감 같은 것을 느꼈다. 사람이 죽기 전에 느끼는 것처럼. 그리고 무서웠다고 한다. 너무 무서워 발도 입술도 안 떨어질 것 같았다고 했다.
게다가 송접섭이라는 이름이 젊은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거의 기절할 뻔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송연이 그 이름을 말하기 이전에 할머니는 그 이름이 이미 귀에서 들렸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할머니는 송연을 보는 순간 송정섭의 얼굴이 떠올랐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송연의 눈매나 코, 입가가 송정섭과 너무 닮아 보였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지난 수십 년간 단 한 시도 송정섭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얼굴이 너무 깊이 할머니의 마음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공포 이상으로 무섭도록.
송연은 할머니가 풀어낸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마음에 담기에는 너무 벅찼다. 수십 년의 세월을 함축한 그 놀랍고도 끔찍한 사실들. 어떻게 그것을 다 소화시킨단 말인가. 송연이 지금껏 살아온 시간들보다 두 배가 넘는 세월 동안 어둠에 묻혔다가 비로소 세상에 나온 어둡고 끔찍한 과거.
처음엔 송연은 그 이야기들을 부정했었다. 자신이 태어나지 않은 과거 속에 그런 엄청난 일이 있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만, 그 이야기들을 들은 지금도 역시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된다는 것을 송연은 알고 있었다.
[다음 화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