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새치들의 노래

by Rudolf

님 계신 남녘하늘


밤하늘 올려보니 님계신 그곳까지

아스리 멀고멀어 이밤에 어이갈지

한숨만 피어오르어 별빛되어 흐르다


은하수 긴긴강에 쪽배를 띄워놓고

돛하나 높이올려 노저어 가련만은

어이야 남녘하늘가 수평선이 막누나


먼바다 수평아래 님계신 남녘으로

달빛에 서신담아 재작년 보냈건만

우체부 다시돌아와 반송하여 주더라


아니오 아니아니 이주소 맞소이다

편지글 아니가면 이내몸 직접가서

님가슴 아로새겨질 눈물사연 드리리



청새치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면 기본점수는 된다. 한 어부 노인이 먼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던 중에 치열한 사투 끝에 잡은 커다란 청새치가 상어들의 공격을 받아서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머리와 뼈와 꼬리만 남게 되었다는 그 이야기.

그러나 여기 한 가지 이야기가 더 있다. 청새치들이 부르는 한밤중의 합창.

청새치. 영어로는 ‘striped marlin’이라고 한다. 몸에 세로로 줄이 나 있기 때문이다. 몸의 길이는 최고 6m, 몸무게도 역시 최대 500kg. 이 정도면 배 뒤쪽에 매달린 상태에서는 상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만하다. (한편 ‘spearfish’라고도 부르는 것 같은데, 이는 윗주둥이가 창처럼 뾰족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란다.)

이 청새치들은 밤이 되면 바다 속 깊이 100m까지 내려간다. 그러나 남태평양 어느 섬에서는 청새치가 달이 밝은 밤에는 슬며시 수면으로 올라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도 수백 마리가 합창으로. 이것을 ‘청새치들의 노래’라고 부른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구슬픈 애가(哀歌)다. 머언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속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애가.


夢魂 | 꿈속에서 그리는 님


近來安否問如何 | 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 | 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 | 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 | 문전석로반성사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를 묻습니다

창가에 비쳐드는 달빛이 서글프기만 하군요

꿈에서라도 제 넋이 님 계신 곳 찾아간다면

문 앞의 돌길은 모래알처럼 닳게 될 테지요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이옥봉(李玉峯)이 지은 애절한 시. 원래의 제목은 ‘자술(自述)’이라고 한다. 이옥봉의 생몰연도는 확실치는 않으나 대략 선조 때 인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이봉이라는 선비의 서녀(庶女), 즉 첩의 소생으로서 나중에 조원의 소실(小室)이 되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소박맞은 뒤 평생 불행하게 살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시문은 당시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명나라에까지도 전해졌다고 한다. 주로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노래했으나, 당시 그의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기풍 있는 시를 많이 지었다고도 한다. 현재 32편이 실린 《옥봉집(玉峯集)》 한 권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옥봉의 본명은 숙원(淑媛)이며, 조선 왕가의 후손인 온천군수 이봉의 서녀로 태어났다. 즉 첩의 자식인 것이다. 당시에는 첩의 자식은 또한 첩으로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옥봉은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홀몸으로 한양으로 올라가서 여러 선비들과 교유한다. 그 뒤 단종의 복위운동에도 가담하는 등 사회활동에도 참여했던 것 같다. 그런 도중 조원(趙瑗)이라는 선비를 만나 사랑을 싹틔우게 된다. 이때 조원은 옥봉에게 평생 시를 짓지 않는 조건으로 첩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당시는 여자가 사회활동을 하거나 공개적으로 시를 짓는 것이 금기시되던 시절이었다. 옥봉은 이러한 것을 받아들일 정도로 조원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옥봉이 어느 아낙의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 주기 위해 시를 써준 일이 발단이 되어 남편에게서 쫓겨나게 된다. 조원은 명종 때 승지(承旨)를 지낸 인물일 정도로 당시 양반계급의 대표적인 선비였기에 자신의 첩이 사회활동을 한 것을 묵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한편 옥봉의 시는 중국에까지 알려져서 명나라 황실에서 간행한 《황조열조시집(皇朝列朝詩集)》에 23편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이 내용은 인조 12년에 발간된 이수광(李睟光, 1563~1629)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 나온다. 그리고 이 시집에는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은 뒤 님을 그리는 애절한 시들이 가득하다.

옛날 옛적 저 하늘에 두 별이 살았더랬다. 별 하나는 북반구 밤하늘에, 또 한 별은 남반구 밤하늘에.

해도 달도 없었던 그 태곳적에 하늘은 온통 새카맸으며, 오직 크고 작은 별들만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때 북방의 북두칠성(北斗七城, Castle of Northern Seven Stars)과 남방의 남십자성(南十字城, Castle of Southern Cross)에 각각 사는 두 별, 즉 남남(南男) 왕자와 북녀(北女) 공주 모두 옥에 갇혀 있었다. 이 두 별은 다른 모든 별들보다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으나, 이들이 함께 옥에 갇히는 바람에 밤하늘은 생기를 잃고 시들어갔으며, 다른 별들도 빛을 잃어버려 그야말로 우주 전체는 캄캄한 지옥과도 같았다.

이렇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남남은 본디 저 멀리 명왕성의 왕자로서 돌아가신 선친의 왕좌에 오를 예정이었으며, 북녀는 마젤란 성운 너머 아스라이먼 별의 무자비한 독재자인 아이무셔 황제의 무남독녀였다. 이 두 사람은 어느 날 은하수에 놀러갔다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무셔 황제는 저어 아득히 먼 별인 멀리먼 행성의 또 다른 독재자에게 딸을 시집보내기로 약속해 두었던 터였다.

두 사람의 혼인 날짜가 잡히고 아이무셔 황제가 예물을 가득 실은 황금마차와 공주를 멀리먼 별로 보냈다는 말을 들은 명왕성의 남남 왕자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커다란 날개가 달린 백마를 타고서 달려가 공주를 납치해서 명왕성으로 데리고 왔다. 그러자 아스라이먼 별과 멀리먼 행성 연합군이 명왕성으로 쳐들어가서 왕자와 공주를 붙잡아 각각 북두칠성과 남십자성에 가두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그 두 성에 각각 갇힌 채 살고 있었다. 서로서로를 그리워하며.

그러던 어느 날, 온 우주의 별들이 빛을 잃어버려 캄캄해진 밤에 지구의 바다에 살던 청새치들이 반란을 꿈꾸기 시작했다. 우주가 빛을 잃어 점점 추워지자 바다에 살던 물고기들도 살아가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원인을 가만히 살펴보니 남남 왕자와 북녀 공주가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다 생물들이 모여 군사를 일으켜서 두 사람을 구출하기로 했다. 그러자 두 독재자 군대는 배를 몰고 지구로 내려와서 바다 생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다 군사들은 변변한 무기가 없어서 제대로 대항할 수가 없었다.

이때 청새치 부족의 한 장수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즉 자신들의 코에 뾰족한 창을 달아서 침략자들의 배 아래에 구멍을 뚫는 것이었다. 이 작전은 기막히게 들어맞아서 침략자들의 배가 모두 가라앉고 드디어 독재자 연합군을 우주 저 멀리로 쫓아내고 북두칠성과 남십자성에 갇힌 공주와 왕자를 구출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주는 다시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청새치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코에 긴 창을 달고서 혹시 모를 우주 독재자들의 침략에 대비했다. 그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청새치들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아직도 긴 창을 코에 달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리고 달 밝은 밤이면 바다 속에서 잠자던 청새치들이 물 위로 올라와 은하수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 합창의 가사는 이러하다.


어허야 어이디야 어허야 어이디야

먼옛날 옛날옛날 우리의 청새치들

코마다 긴긴창달아 침략자들 물리쳐

어허야 어이디야 어허야 어이디야

지구도 지켜내고 사랑도 지켜내어

바다와 우주끝까지 우리이름 떨쳤네


어허야 어이디야 어허야 어이디야

청새치 멋진용사 지구의 수호자들

바닷물 길게헤치며 멋진용사 나가자!



[참고] 청새치는 인도양에서 태평양, 대서양까지 열대의 바다에서 서식하며, 낮에는 위로 올라와 바닷물을 헤치며 다니고, 밤이면 바다 속 깊이 내려간다고 한다. 한 자료에 따르면 몸무게는 최대 500kg까지 나가고, 몸길이는 6m에 이르기도 하며, 대개는 바다 속 100m 이내에서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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