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의 교향곡 1번 1악장 ‘봄’

by Rudolf


[우선 사족부터 달고 시작]

교향곡과 교향시의 차이점부터 알아보자. 1823년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9번 ‘합창’이 나온 뒤 음악계에서는 더 이상의 교향곡은 없다고 했다. 9번 교향곡이야말로 교향곡의 절정이며 완결판이라고 한 것이다. 그래도 혹 누군가가 교향곡을 쓴다면 그것은 모방품일 뿐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 이후 1849년 리스트는 교향곡의 종말을 선언하며 자유로운 형식의 교향시를 12년에 걸쳐 13곡을 발표했다. 그리고 교향시라는 말도 처음으로 사용했다. 교향시(交響詩, symphonic poem)는 음시(音詩, tone poem)라고도 하며, 독일어로는 ‘Symphonisches Gedicht, Symphonische Dichtung’ 또는 ‘Tondichtung’라고 한다. 이 당시 교향시는 교향곡과는 달리 엄격한 틀에서 벗어나 당시의 낭만주의 문학이나 미술 등 여러 문화적 요소들을 담아서 표현했다고 한다. 교향시를 다른 말로 ‘표제음악(表題音樂)’이라고도 한다는데, 이는 교향곡이 음악 외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는 데 반해 교향시는 다소 자유로운 개념을 지니고 있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뭔 말인지 당최…….)



비발디의 그 유명한 ‘사계(四季)’에 나오는 ‘봄’. 그러나 이것 말고 독일의 작곡가 슈만의 ‘봄’도 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곡은 금관악기가 우렁차게 팡파르를 울리며 시작되어 봄이 무도당당하게 등장하는 느낌을 준다.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56)의 교향곡 1번은 그가 쓴 첫 번째 교향곡이다. 1번이니까. 초연은 1841년 멘델스존이 지휘했다. 당시 독일 작센의 영주인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에게 헌정하면서. 그리고 이 곡의 1악장의 부제가 바로 ‘봄’이다.


[1악장] 안단테 운 포코 마에스토소 몰토 비바체 | andante un poco maestoso molto vivace | 약간 장엄하지만 매우 활기차게

[2악장] 라르게토 larghetto | 약간 느리게

[3악장] 스케르초 몰토 비바체 | scherzo molto vivace | 경쾌하면서도 매우 빠르게

[4악장] 알레그로 아니마토 에 그라치오소 | allegro animato e grazioso | 빠르고 활기 넘치면서도 우아하게


슈만은 1840년에는 주로 가곡을 작곡해서 그에게는 ‘가곡의 해’로 불린다. 그리고 그 다음 해인 1841년에는 교향곡 1번과 4번을 비롯한 여러 곡을 작곡해서 ‘교향곡의 해’라고 할 만하다.

1840년 슈만은 특히 장인 될 사람이 극구 반대하던 결혼을 하게 되어 그 시기는 그의 인생에서 꽃같이 화사한 해였다. 아내의 결혼 전 이름은 클라라 조세핀 비크(Clara Josephine Wieck). 결혼 전에 슈만은 클라라의 아버지에게 레슨을 받고 있었는데, 장인은 미래가 불투명하고 실력도 그저 그러면서도 가정형편까지 넉넉지 못한 총각을 자신의 딸과 결혼시킬 수 없다며 극렬 반대했다. 그 당시 클라라는 음악 신동으로 이름이 나 있었고, 오스트리아 궁정에서도 인정을 해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사랑을 이길 사람은 없다. 두 사람은 결혼 후 8명의 자녀를 낳았다. 클라라는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작곡가 브람스와 친분을 돈독히 쌓으면서 남편의 작품들을 모아 출판하기도 했다.



슈만은 1841년 1월 23~26일에 교향곡 1번의 초안을 만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작곡하여 두 달이 지난 그 해 3월 31일에 초연을 했다. 장소는 독일 라이프치히. 연주는 1743년에 설립되어 유럽에서 가장 유서 깊은 악단에 속한 게반트하우스(Gewandhaus) 오케스트라. 지휘는 평소부터 가깝게 지내던 멘델스존. 그 이전까지만 해도 슈만은 피아노곡과 성악곡만 작곡했으나, 아내인 클라라가 교향곡을 작곡해 보라고 한 말에 힘입어 이 곡을 만든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슈만은 슈베르트의 마지막이자 일곱 번째 교향곡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곡은 원래 슈베르트 교향곡 ‘C장조 작품번호 D944’였으나, 지금은 대교향곡이라는 별칭이 붙은 ‘The Great D944’, 즉 ‘슈베르트 9번 대교향곡(Grand Funeral and Triumphal Symphony)’으로 불린다. 살아생전 불우하게 보낸 슈베르트. 그는 평생 가난과 질병으로 고생하다가 자신의 형 집의 골방에서 인생을 마감했다. 인생 한창 나이인 31세에.

슈베르트의 대교향곡 악보는 작곡 이후 사라졌다가 슈만이 결혼하기 2년 전에 발견되어 당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슈만은 이 곡에 영감을 받아 나흘 만에 교향곡 1번의 전체 윤곽을 만들고서 초스피드로 완성했다고 한다. 게다가 바로 그 해에 두 곡의 교향곡을 더 완성해서, 슈만에게 있어서는 앞에서도 언급한 ‘교향곡의 해’가 되었다.

슈만의 이 교향곡 1번에는 악장마다 별명이 붙어 있는데 1악장은 ‘봄의 방문’, 2악장은 ‘저녁 무렵’, 3악장은 ‘즐거운 놀이’, 4악장은 만춘(晩春), 즉 ‘무르익은 봄’이다.



이렇게 교향곡에 대해 글을 쓰면 내가 음악성이 아주 많은 듯이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음악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다. 지독한 음치인 것은 물론이고. 그래서 뭐 하나 제대로 부르는 노래도 없을뿐더러,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TV의 각종 음악프로도 먼 산 쳐다보듯 하고 만다. 한번은 남들 따라 얼떨결에 노래방에 갔었다. 거기에서 흘러간 노래 한 곡 부르는데 누군가가 ‘노래 되게 못 하네……’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밤새도록 얼굴이 화끈거린 뒤 절대로 노래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단지 몇몇 곡만 좋아해서 혹 음악을 듣고자 하면 그런 것만 무한반복처럼 틀어놓고 음미(?)할 뿐이다. 예를 들어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 같은 것. 그러나 그마저 일부 소절에만 귀가 틜 뿐 곡 전체는 주로 졸면서 듣는다. 그런데도 우리 가족에 음악 전공이 여럿 있다는 것은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자, 그럼 혹 어딘지 더디 오는 듯이 느껴지는 이 봄을 재촉할 겸 (다소 생소하게도 여겨질 수 있는) 슈만의 교향곡 1번 ‘봄’을 한번 들어보심이 어떠할지……. [끝]


Schumann Symphony no 1 Spring 1st mov 슈만 교향곡 1번 1악장 Vintage Classic Turntable Christmas

Schumann Symphony no 1 Spring 2nd & 3rd mov 슈만 교향곡 1번 2, 3악장 Vintage Classic Turntable Christmas

Schumann Symphony no 1 Spring 4th mov 슈만 교향곡 1번 4악장 Vintage Classic Turntable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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