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가자고 했을까. . . ?
누가 내게……
입 맞추었을까……?
-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1892~1950, 미국의 시인)
누가 내게 입 맞추었는지, 어디에서 왜
그리고 누구 품에 안겨 잤는지 잊어버렸답니다
하지만 아침이 되어 비가 내리고
오늘밤 또다시 요정들이 몰려와
유리창을 두드리며 내게 귀를 기울이면
내 마음에는 아련한 아픔만 남게 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음이
한밤중 나를 향해 절규할 테지요
그리하여 외롭게 서 있는 겨울나무는
새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도 알지 못하고
나뭇가지에서 지저귐이 들려오지 않는데도
어떤 사랑들이 오갔는지 나는 알 수가 없으며
다만 내 안에서 여름이 속삭일 뿐
더 이상은 노랫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답니다
보름달 뜬 밤이면 괜스레 초승달이 그립고, 섣달그믐이 되면 벌써부터 대보름이 궁금해지는 공연한 마음. 봄이 찾아오니 지나간 겨울이 아쉬워지고, 봄 끝자락에 서면 또 여지없이 한바탕 미련앓이를 할 터이니 그것이 진작부터 걱정이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툴툴 털어버리지도 못해 늘 미련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모습. 남들보다 언제나 한참 늦게 계절 옷 갈아입고, 철 지난 고리짝 같은 유행가 가사만 머릿속에서 맴도니 한편으로는 인생 느릿느릿 가는 멋이나 즐기자 하는 생각도 있지만, 그거이 그렇게 딱딱 맞아 들어갈 리도 없겠고…….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곁에 와서 살그미 속삭이는 것이었다. 달에나 가자고.
에고, 맙시사, 게가 얼마나 먼디 그곳에 가자는 게여?
아, 걱정 마소. 내 곱게 데려다 줄런디, 여비나 두둑이 주소 마.
이렇게 해서 그날 밤 당장 달로 떠나고 말았다. 삼층버스 2호기를 타고서. 삼층버스 1호기는 벌써 전에 명왕성 탐험에 나가 있다나 해서, 이번의 달 여행에는 부득불 2호기를 타고 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다. 2인승 삼층버스. 1층 화장실, 2층 침실, 3층은 운전석. 여비로는 부도수표를 내밀었는데, 그냥 받아주더라니까. 수표는 수표니까.
그를 꿈꾼 밤
- 김소월
야밤중, 불빛이 발갛게
어렴풋이 보여라
들리는 듯 마는 듯
발자국 소리
스러져 가는 발자국 소리
아무리 혼자 누워 몸을 뒤채도
잃어버린 잠은 다시 안 와라
야밤중, 불빛이 발갛게
어렴풋이 보여라
심심죄
달은 지구로부터 약 38만km 떨어져 있으며, 인류는 이 거리를 좁히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게다가 그곳까지 가는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위험요소도 제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달까지의 평균 거리는 384,405km. 이는 근지점 거리인 363,263km와 원지점 거리인 405,547km의 평균 거리. 그러나 어떻든 1969년 7월 20일,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해서 겅중겅중 걷기까지 했다. 그 뒤로도 지금까지 NASA와 스페이스-X 등 여러 나라와 기업들이 달 탐사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인류가 달에 가는 것은 그저 탐험욕과 지식확장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겠다. 낯선 세계, 미지의 영역,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황홀감에서 나온 다양한 욕구. 하지만 달에 대한 탐험욕에는 어쩌면 그 이상이 있을 것도 같다. 내 경우는 기왕 이렇게 된 것, 평소 늘 궁금해 있던 옥토끼의 존재를 기필코 확인해 보고자 함도 있었는데, 다른 분들이야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 테지. 그리고 이것 말고도 나에게는 또 하나의 ‘욕’이 있었다. 바로 ‘도피욕.’
더 이상 이 지구를 견딜 수 없는 상황. 죄를 많이 짓고 있는 입장이니 어디론가 도피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태죄(낙태죄의 오타 아님), 심심죄(심심사죄 아님), 미련죄(미련이 많은 것과 미련한 것 모두 포함)를 비롯한 기타 등등의 허접한 죄들. 이런 것에 시달려 더는 지구에서 살 수가 없어서 도피하려는 것.
그러하니 반드시 달로만 도피할 필요는 없다. 옥토끼가 기다리건 말건.
그리하여 처음 계획은 달로 직행할 생각이었지만, 일단 지구부터 한 바퀴 돈 다음 달에 갈지 말지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마음이 안 내키면 그냥 안 가는 거고.
외로움과 그리움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꼭 그 사람이어야만 한다는데……. 누굴까, 그 사람? 그렇다면 지금 그립다는 말? 그래서 옥토끼를 만나 ‘외로움’을 채우려고? 그토록 ‘그리움’에 사무쳤던 옥토끼나 상봉하려고 달에 가려고 했던 것일까?
달의 바다, 물 없는 바다
달에는 물이 없기에 당연히 바다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달의 지명에 바다를 넣었다. 예를 들면 ‘고요의 바다(Mare Tranquillitatis).’ 어,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바다인데 왜 ‘Sea, Ocean’ 등을 쓰지 않고 ‘Mare’를 사용했을까?
그 이유는 이러하다. 달의 바다에는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달에 있는 넓은 평원에 바다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어딘지 머쓱했는지 라틴어로 바다라는 뜻인 ‘Mare’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지구의 바다와 구별하기 위해서란다. 이와 마찬가지로 달의 산에도 ‘Mountain’ 대신 라틴어 ‘Mons’를 붙이게 되었다.
아차, 달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엉뚱한 곳으로 빠지고 말았구나. 그래, 가자, 가자, 달에. 인류의 밤의 역사를 쓴 달. 특히 그 보름달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담겨 있을 텐데 어서 가서 그 보따리를 풀어 봐야겠다.
‘달의 산(Moon Mountain)’이라는 이야기를 아시는지? 사실 월(月)이 들어간 산은 많다. 충북 제천의 월악산(月嶽山, 1,097m)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말하려 하는 이 산은 좀 독특하다. 북유럽에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설 속의 산이니까. (그런데 북유럽에서도 영어를 쓰느냐고 물으신다면 무척 예리한 분이시다.) 이 산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3개국의 국경이 맞닿는 지점에 있는 상상의 산인데, 지금 그 위치는 영어로 ‘The Three Nations Border Point’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우리말로 하면 ‘3개국 접경지점’ 정도가 된다. 그곳은 ‘Golddajávri’라는 호수의 동쪽 끝에 있는 조그만 섬인데, 글자 그대로 아담한 섬일 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먼먼 태곳적 옛날에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거꾸로 된 산. 즉 산꼭대기가 아래쪽으로 향해 있고 위로 갈수록 사방으로 넓게 퍼져 있는데, 그 중턱부터는 흰 구름이 가려져 있어서 그 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산꼭대기, 즉 아래로 향한 뾰족한 부분을 포함해서 그 위로도 몽땅 흰 눈에 덮여 있다고 하며, 섬에서부터 그 꼭대기까지는 몇 백 미터밖에 되지 않아 땅에서도 산의 모습을 명료하게 볼 수 있었단다.
옛날 옛날 아주아주 오랜 옛날, 그때는 그 산이 제대로 서 있었다. 즉 보통 산처럼 아래쪽이 넓고 위쪽으로 갈수록 뾰족한 산. 그러나 이 산은 아래쪽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사시사철 얼음과 흰 눈으로 덮여 있었다. 한여름에도. 그리고 그 산에는 얼음의 여왕이 살고 있었는데, 성질이 아주 표독했다. 그래서 그 섬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놓고서리, 혹시라도 누군가가 접근하면 극심한 눈보라를 일으켜서 길을 잃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여왕이 아주아주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은 각국의 왕자 열 명이 그 산으로 모여들어 누가 그 여왕을 차지할지 내기를 하게 되었다. 그 왕자들은 각각 아주 귀한 보석을 하나씩 가지고 왔는데, 누가 여왕을 차지하든 그 모든 보석을 여왕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열 명의 왕자가 고생고생 끝에 여왕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사랑의 시 한 편씩을 읊으며 보석을 내밀고서 청혼을 했다. 그러자 그토록 차갑던 여왕의 마음이 차츰차츰 녹으면서 한 왕자에게 마음이 가게 되었다.
그러자 그 사실을 눈치 챈 다른 왕자들이 음모를 꾸며 그 왕자를 사로잡아 꽁꽁 묶은 채 얼음산 계곡의 깊은 동굴에 가둬버렸다.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여왕은 그 동굴을 간신히 찾아서 들어가 보았으나, 그 왕자는 이미 얼어죽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자 여왕이 분노에 싸여 다른 왕자들을 모두 죽이려 하자 아홉 왕자는 산꼭대기로 도망치고 말았다. 그래서 여왕은 그 산을 거꾸로 뒤집어 그 아홉 왕자를 모두 떨어뜨려서 얼음호수에 빠뜨려 죽였다고 한다.
그 뒤부터 그 산은 그 호수 위에 거꾸로 세워진 채 수백만 년 공중에 떠 있었다고 하는데, 이 산은 여느 때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다가 오로라가 뜨는 날 밤이면 하늘 저 위에 희미하게 그 산의 꼭대기가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 얼음산을 ‘달의 산’이라고도 부르고, 다른 한편 ‘뒤집힌 산’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그러한 날 밤에는 바람이 몹시 부는데, 그 바람 속에 여왕이 슬피 우는 소리가 실려 온다고 하며, 이 소리를 ‘여왕의 눈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눈물이 흘러흘러 하늘로 올라가서 오로라가 되었다고도 한다는데…….
참고로 ‘달의 산’은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핀란드어로는 각각 이러하다. Månefjellet, Månberget, Kuun Vuori. (발음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남반구 어느 섬에는 ‘달의 역병(The Moon’s Illness)’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어떤 괴물이 달을 잡아먹으려 하자 달이 먼저 무서운 역병에 걸린 듯 위장하고 누워 있었는데, 괴물이 달 가까이 다가가서 그 얼굴을 보니 여기저기 검은 흉터가 있어서 괴물이 오히려 달아났다는 전설에서 나왔다고 한다.
또한 열대지방의 어느 토착민 부락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마을사람이 모두 나와 달의 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춤을 춘다고 한다. 여기에서 ‘밤의 여왕’이라는 말이 나왔다고도 하는데…….
상념은 지구를 떠나 어디로?
이제 공상은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 사실 달에는 처음부터 가고 싶지 않았다. 옥토끼가 기다리거나 말거나. 그러나 우주로 날아왔으니 어디론가 가긴 가야 할 것 같으면서도 그 ‘어딘가’가 어디인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갑자기 삼층버스 우주선이 지구 방향으로 향하더니 이내 대기권을 뚫고 내리꽂히는 것이 아닌가. 어디로?
글쎄, 바로 그게 문제다. 어디라는 단어가 나왔으면 우선 어떤 장소가 떠올라야 하는데, 정신머리 사나운 지금은 머릿속이 도무지 정리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 즉 저 위에 번역해서 소개한 외국 시.
맞았다. 그 시의 원문을 집어넣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What Lips My Have Kissed
- Edna St. Vincent Millay (1892~1950)
What Iips my Iips have kissed, and where and why,
I have forgotten, and what arms have lain
Under my head till morning: but the rain
Is full of ghosts tonight, that tap and sigh
Upon the glass and listen for reply,
And in my heart there stirs a quiet pain
For unremembered lads that not again
Will turn to me at midnight with a cry,
Thus in the winter stands the lonely tree.
Nor knows what birds have vanished one by one,
Yet knows its boughs more silent than before:
I cannot say what loves have come and gone,
I only know that summer sang in me
A little while, that in me sings no more.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