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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dolf Oct 15. 2024

미래의 탄생


역사학자(historian), 고고학자(archaeologist), 고생물학자(paleontologist), 화석(fossil), 박물관(museum), 족보(genealogy) 등의 용어가 의미하는 것은? 이들 단어(용어)의 공통점은 ‘과거’에 귀속된다는 것. 그렇다면 현세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눈으로 과거를 볼 수 있을까?

    역사는 지나간 것이요,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차, 그렇지만은 않겠구나. ‘기록’이 있고, 기록 그 자체가 역사이니까. (역사유물 역시 기록이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사실 우리 주위는 온통 역사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기록을 접할 수 있는 곳 중 흔히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이 꼽을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     


이밖에 손꼽히는 박물관을 들면 다음과 같다.     

    바티칸의 바티칸 미술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

    이집트의 카이로 박물관 및 이집트 대박물관     


이들 박물관은 단 한 곳만 제대로 감상하는 데도 최소 몇 달이 걸린다고 한다. 흔히들 그저 ‘종다리 방산 다녀오듯’ 휘이 둘러보고 오지만, 사실 그렇게 하는 것만도 행운에 속한다. 그렇지 못한 분들이 훨씬 더 많을 테니까. (필자의 경우 위에 소개한 박물관 중 반 이상은 다녀왔다. 위에서 언급한 ‘종다리’처럼. 그러니까 설렁설렁, 즉 감상이 아니라 주욱 눈으로 훑어본 정도이지만.)     



과거와 현재의 만남     


과거를 본다는 것. 현재는 눈에 보이는 것이니 본다고 한다만, 흘러간 과거는 어찌 본다는 것이냐? 역사 기록이나 유물을 본다고 해도 실상 과거를 온전히 보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시각으로 그것들을 보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과거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서양 기독교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시간개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현재’뿐이라고. 이 말을 잘못 해석하면 1분 1초라도 흘러가면 모두 과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개념이 단지 시간에만 구속되지는 않는다. 현재는 내가 인지하고 있는 주변상황과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인식의 범주에 속한 모든 것을 말한다. 즉 나의 지금 상황에 영향을 미친 지나간 일들을 포함해서 앞으로 다가올, 그러니까 예상 가능한 인식 범위 내의 모든 시간대를 현재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동시대라는 개념이 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합당치 않다고 했다. 그것보다는 ‘과거의 현재, 현재의 현재, 미래의 현재’라는 표현을 썼다. 지나간 모든 일이 과거는 아니다. 우리의 인식 범위 내에 있다면 그것을 현재에 포함할 수 있고, 앞으로 다가올 예측 가능한 미래 역시 현재에 편입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를 단순히 시간개념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범위를 확장해서 해석한 것이다. 즉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시간 및 시대를 포괄적으로 ‘현재’로 본 것이란 뜻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현대’가 될 수도 있다. 역사의 시대 구분에서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눌 때에 해당하는 바로 그 현대가 현재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의 개념은 그 폭이 상당히 넓어진다.



근대의 의미


여기에서 근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근대(近代)는 영어로 ‘modern period’라고 한다. 시기별로 따지면 후(後)고전시대와 현대 사이에 놓인 시기를 말한다. 유럽의 예를 들면 대략 15~16세기 이후부터 20세기 초반 정도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즉위 때부터 광복 이전의 시기를 뜻한다. 한때 근세(近世)라는 말이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근대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와 같은 시기의 구분이 완전히 통일된 것은 아니다. 학자에 따라서, 또한 나라에 따라서 개화 또는 개혁의 시기를 구분하는 데 그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문화권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서양의 문화혁명 이후 과학기술 및 문명의 진보속도가 급속하게 진행된 탓에 시대를 칼같이 구분하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일단 유럽 기준으로 하면 위와 같은 규정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동양에서는 왕조에 따른 구분으로 시대를 나누기도 한다. 즉 중국은 청나라 말, 조선은 대한제국 출발,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해서 그 이후를 근대로 편입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동양사에서는 근대라는 개념이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는 앞서도 언급한 대로 왕조 단위로 시대를 구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쿠, 어쩌다 보니 이 글의 흐름이 이상하게 바뀌어 버렸다. 여기에서는 역사적 시대 구분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 ‘현재’라는 인식에 대해 살펴보려 한 것인데, 자칫 배가 산으로 올라갈 뻔했다.      

    그래, 다시 돌아와서 현재란 무엇일까에 대해 잠시 살펴보려 한다.

    현대를 영어로 하면 무엇이 될까? Modern? 이 영어 단어는 일반적으로 번역할 때는 현대가 된다. 하지만 시대를 구분할 때는 ‘근대’가 된다. 왜 이럴까?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모순이 있다. 대략 100년 전에 시대를 구분할 때 당시를 현대(modern)라고 했는데, 이제 시간이 흘러 오늘날의 문화문명이 너무 획기적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중세시대는 몇백 년 지속했어도 문명이 그리 빨리 발달하지 않았는데, 모두들 알다시피 지금의 시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문화문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20세기 이후를 포스트모던(postmodern)으로 구분하고, 인식적으로는 현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시대를 (문화적으로 구분할 경우) 영어로는 ‘contemporary’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럼 한글에서는 어떻게 구분할까? 어떤 이는 ‘현세’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마치 지질학적 시대 구분처럼 들리기도 해서 아직까지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학계에서 딱히 정해 준 개념도 없는 듯하여 상황(?)에 따라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듯하다.   

  


‘현대’의 탄생과 소멸     


현대 과학문명의 급속한 발전 탓에 사실 용어의 정립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때 ‘modern era’라는 용어를 정의할 때 그 시대의 구분은 어떻게 하느냐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또한 현대의 과학기술문명을 구분할 때 1945~80년 사이를 원자력 시대라고 표현하고, 그 이후를 정보화시대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이것이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잠에서 깨어나 보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되었으니까.

    

‘첨단’의 탄생과 그 이후     


그렇다면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또 그 시기는 어떻게 정의하게 될까? 예를 들어 앞으로 30년 뒤의 인류가 당시를 역사적으로 구분할 때 어떤 용어를 사용하게 될지 생각해 보자.

    그 시기가 되면 ‘현대’라는 용어는 이미 구식이 되어버릴 것이다. 현재에도 ‘첨단’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해서 탈현대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은 상상력의 동물이다. 이를 누가 막을 것인가?  



그렇다면 미래는 언제일까?  


한 시간 뒤? 10년 뒤? 아니, 어쩌면 이미 우리는 미래와 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하며 매 순간 미래 속에서 살며,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미래와의 동행’이 될 듯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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