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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dolf Oct 10. 2024

영겁의 시간이란. . .


태초부터 태말까지

 

태초……라 하면 우주의 시작을 가리키고, 태말이라 하면 우주의 끝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영원은 무엇인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도 한없이 지속되고, 미래로 나아간다 해도 한없이 이어지는 것. 그렇다면 시초도 종착도 없는 상태?

    하지만 지금의 우주에는 시초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결말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우주의 시작은 빅뱅이요, 우주의 끝은 시공간의 축소로 인해 한 점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지금의 과학지식에 의하면) 무한 반복될 수도 있다고 하니 우주는 반복과 반복의 과정을 통해 무한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이렇게 무한이라는 단어를 싸구려 어시장 호객꾼의 외침처럼 자꾸 등장시키니, 한편으로는 무한이라는 단어가 어딘지 소소하고도 장난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는 현재의 과학지식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도 우주론은 수없이 바뀌었으니, 그리고 다들 당대에는 자신들의 지식이 만고불면의 진리라고 믿었을 테고, 그리하여 우리의 현재 세대나 미래 세대가 이루어놓은 또는 이루어놓을 지식 역시 그 뒷세대에 의해 또다시 부정되거나 수정 또는 확장될지 누가 알겠는가?)


    

어떻든 지금까지의 이론에 의하면 현재의 우주에는 종말이 있을 수도 있는 셈이다. 현세의 우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저 빅뱅 이론에 의하면) 언젠가는 한 점으로 수렴될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점조차도 실제로는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의 상상력으로도 도달할 수 없는, (표현에 모순이 있긴 하지만) 존재한다고 할 수도 없는 극미세한 하나의 점, 어쩌면 그 이하의 초극미세한, 실제로는 무(無)와 같은 상태의 한 점으로 축소(?)되었다가……, 또다시 빅뱅과 같은 형태로 폭발하여 확장된다는 것이지……. (게다가 이러한 과정 역시 무한 반복될 수 있다나.)  

    우주의 이론은 인간사 이후 여러 번 바뀌었다. 역사의 시대 당시 당시마다 당대의 이론을 진리처럼 받아들여 나름대로 우주를 상상하고 우주론을 만들어 논쟁하고 환희하며 자신들의 문화 속에서 녹여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우주의 시간이란 무엇인가? (여기에서는 현재의 과학에 기초를 둔 이론을 반복하자는 것이 아니라서) 이에 대해 다소, 아니 전적으로 황당스러운 이론이라도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렇게 한들 우주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그리고 무한이 사라지는 것도 아닐진대, 이쯤에서 한바탕 괴상막측 상상력을 몽땅 동원하여 엉뚱이론이라도 한바탕 펼쳐보고자 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첫 번째로 우주를 정의해 보기로 하자. 우주는 무엇인가? 토마토? 고슴도치? 아니면 짜장면이나 ‘영자의 순정’ 또는 ‘순자의 영정(?)’라고 정의한들 어느 누가 나무라랴. (이렇게 심오(?)한 상상력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될 일을 너무 이상하게 부풀려 버렸다.)

    아무튼 현재 우주에 있는 은하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단다. 즉 팽창한다는 것이다. 은하와 은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들이 팽창하는 속도는 빛의 속도를 넘어가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나. (뭔 소린지 당췌) 게다가……, 이러한 팽창은 스스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태초의 빅뱅에 의한 팽창속도 때문이라나 뭐라나 하는 것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역추적해서, 즉 시간을 거꾸로 돌려 처음으로 가보면 결국 한 점(보다 더 작은 아주아주 미세한 어떤 상태)로 끝난다고 한다. (어쩌면 형이상학적인, 그러니까 실제의 점이 아닌 관념의 점인지도 모른다.) 어떻든 그 점을 과학자들은 ‘특이점’이라고 하는, 그 뜻도 알똥말똥한 형이상학적이고도 기괴한 용어를 써서 정의해 놓았다. 그 정체불명(?)의 괴상망측한 점 하나 속에 온 우주가, 좀더 세밀히(?) 말하면 당시까지 우주에 존재했었던 모든 물질이 응축, 응축, 응축되어 들어가 있다고 한다. (나는 상상이 안 가는데, 어쩐지 그대님들은 깔끔하게 이해하실 것 같다.) 어떻든 우주는 이렇단다. 게다가 그런 이론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을지라도 우격다짐 같은 막무가내식으로 그렇게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뭐 그것은 그렇다 치고 이렇게 …… 팽창했다가 다시 수축하는 과정이 바로 우주의 한 사이클이라고 하는데, 더 가관인 것은 (한 학설에 의하면) 이 사이클이 무한 반복된다는 점이다. (누가 가서 직접 목격하거나 일일이 세어 봤냐고?) 물론 이 말은 그저 알기 쉽게 비유로 든 것이지, 전문가들의 이론을 들어 보면 그저 현기증 나고 머리가 돌아버릴 듯한 이상한 기호와 수학식 등을 동원하는 바람에 차라리 안 듣고 안 보는 게 훨씬 낫다고 한다.



영겁의 시간


위에서 언급한 우주의 팽창과 수축을 1우주시간이라고 정의해 보자. 사실 그에 필요한 시간은 인간의 학문으로는 계산이 안 된다. 거의 무한대와 가까운 시간일 테니까. 아무튼 일단 우주가 팽창했다가 다시 수축하는 한 사이클을 1우주시간이라고 하고, 그 우주시간이 또다시 무한 반복되는 것이 우주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우주는 정말 무엇일까? 우주가 팽창과 수축을 계속, 즉 무한히 반복한다면……, 그렇다면 우주는 영생불사의 존재, 즉 하나의 신(神)이라도 된다는 것일까?

    그리하여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최초의 우주, 그러니까 첫번째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어떻게 해서든 생겨났으니까 팽창하고 수축한 다음 사멸하고 다시 태어날 테니까.

    혹 이 부분에서 신의 존재가 등장하는 것일까?

    ‘빛이 있으라……!’

    그리고 여기에서 또 하나의 가정이 생긴다. 즉 최초의 빛 이전은 어떤 상태일까? (성경에서는 혼돈이라고 한다만……. 그렇다면 혼돈 이전은? 그리고 그 이전의 이전은……?)

     우주의 생성과 성장과 변화와 소멸은 시간이다. 이 순서가 바로 시간 그 자체이니까. 하지만 여기에 형이상학을 동원하여 이 모든 과정이 관념일 뿐이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관념은 어디에서 태어난 것일까? 누가 관념하는 것일까?  

    여기에서 다시 한번 신의 존재를 등장시켜야 하는 것일까?    

    머리가 아프다…….



나는 무엇을 보는가?


위의 명제를 좀더 확장해서 ‘인간은 무엇을 보는 것일까?’로 변형시켜 보자. 철학이나 생물학, 생리학의 관점, 즉 과학이나 학문적인 관점이 아니라 순수한 인간의 관점에서 ‘내가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체는 ‘나’다. 그리고 ‘나’에서는 주관적인 ‘나’와 객관적인 ‘나’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객관적인 나는 외부로 보여지는 나, 즉 수많은 인간 군상 중 하나이자 객체인 생명체일 뿐인 나.

    그러나 주관적인 나는 유일무이하며, 온 세상의 중심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보는 것을 어느 누구도 동일하게 볼 수 없다. 내 주관과 내 시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라도 복제(복사?)가 불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의 좌표에서 유일무이하게 차지하는 한 점, 그것도 물질적 또는 육신적인 면뿐만 아니라 내 정신과 영혼이 담겨 있는 장면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 글은 사실 내 의지를 넘어 너무 멀리 나갔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의도는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대해 아주 순수하게 ‘인간적’인 면을 생각해 보려 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피아노 앞에 있는 나를 생각해 보자. 그 순간 혹 내가 피아노를 치고 싶다면 그것은 순수한 내 의지에서 나온 생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 생각과 의자가 실은 어느 존재에 의해 조종받는 것이라면?   

    게다가 지금 사물을 바라보는 주체가 내가 아니라 나 이외의 존재가 나를 움직여서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면?

    (무서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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