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변한 나의 모습, 바디 체인지!
나만 빼고 온 가족이 본방 사수하는 프로그램 하트 시그널! 덕분에 채널A는 우리 집 TV 차단 목록에서 해제된다.
선남선녀들이 등장해서 썸 타고 밀당하는 장면들이 나오는 그 시간에, TV 리모컨은 내가 만지면 큰 일 나는 물건이다. 행여 다른 채널로 돌아가기라도 하면 ‘어우~. 왜~’ 하며 나오는 비난 섞인 탄식 소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면서 드시라고 치킨이라도 한 마리 사다 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쟤 때문에 내가 다 설렌다.
거기서 저러면 안되지.
완전 쓰레기네.
평소에는 사람들을 매력적으로 홀리다가 가끔씩 분노 유발자가 되기도 하는 그 사람들은 피지컬이 훌륭하다. 한마디로 매력적이고 핏도 좋다.
저기 나오는 출연자들은 이미 셀럽 비슷한 사람들이야. 연예인 되고 싶어서 나오는 사람들도 많아. 우리 같은 일반인이 아니야.
그렇다. 우리는 일반인이다. 특히 나는 활력 세포들이 다 죽어버린 무덤덤한 일반인이다.
오늘따라 거울 속 내 모습이 참 초라해 보인다. 평소에는 수염만 깎고 뾰루지 확인 용도로만 사용했던 그 거울이, 오늘은 내 모습을 진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복근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이 쪄서 퉁퉁 부은 얼굴과 임산부처럼 부풀어 오른 뱃살은 정말 너무하다. 이렇게 되도록 왜 몰랐지? 아니다. 알면서 회피한 거다.
평소에 잔소리를 해주는 거울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아니다. 그랬으면 아예 거울을 쳐다보지도 않았겠지.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질까?
그럴 수 있었으면, 이렇게 되기 전에 진작 했지. 수 십 년을 안 하고 살아왔는데, 지금이라고 시작할 수 있을까?
딸들: 아빠 운동 좀 해요~.
나: 응. 알았어
아내: 여보. 운동 좀 하지?
나: 응. 알았어.
어머니: 아들. 운동 좀 해라.
나: 네. 알았어요.
하지만 결코 하지 않는다.
딸들: 오늘 저녁에 뚝방길 산책 갈까요?
나: 며칠 전 뚝방길 갔다가 물집이 잡혀서, 오늘은 안 되겠어.
아내: 오늘 저녁에 뚝방길 산책 갈까?
나: 내가 평발이고 족저근막이 약해서 조금만 많이 걸으면 발이 아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말 너무 많다.
‘운동 안 하면 죽는다’고 의사가 백 명에게 말한다면, 그중에서 운동 시작하는 사람이 몇십 명이나 될까? 더구나 꾸준히 운동해서 결과까지 내는 사람이 과연 한 두 명이라도 생길까?
왜 그렇게 운동을 안 하고 건강에 신경 쓰지 않을까? 이유를 알면 이미 했지.
프레젠테이션 방법에 대해서 강연하는 ‘Rule the Room’의 저자 Jason Teteak. 셔츠 입은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나도 저렇게 스타일링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핏이 너무 안되어 포기했다.
XL(엑스라지, 엑스트라 라지!!)도 이제는 꽉 끼어서 곧 XXL(투엑스 라지)를 입어야 할 상황이어서 가디건을 덧대지 않으면 남방도 못 입는 상황에 무슨 컬러 셔츠. 풍성한 티셔츠나 입어야지.
내년에 오십, 반 백 살.
이번 생은 그냥 이렇게 끝나나?
아깝다! 나도 폼나게 한 번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5개월 동안 운동해서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그런데 막상 변해보니,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 ‘죽을 노력을 하고 고통을 참아가며’ 같은 건 없었다.
특별한 노하우? 별로 대단한 건 없다. 하지만 꾸준히 했다.
지겹지는 않았나? 그냥 재미있게 했다.
그래서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좀 나누어 보고 싶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당신도 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