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더라도 강력한 욕망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았다
몸이 너무 많이 불어서, 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빵빵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그런데 어떻게 운동하지?
그렇게 고민하다가 한 퍼스널 트레이너의 소개 페이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렇다. 대부분의 계기는 이렇게 우연히 찾아오는 법이니까.
‘운동으로 멋있는 몸짱이 되어서 바디프로필을 남기자!’는 내용의 카피, 비키니 대회 수상 경력이 있는 퍼스널 트레이너의 프로필, 그리고 바디프로필 단체샷!
나를 봐요. 멋있지 않나요?
함께 있는 사람들은 어때요? 멋지죠?
이사람들도 예전에는 당신 같았어요.
당신도 나와 함께 운동해요.
내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어 드릴께요.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서 바다로 뛰어들도록 충동질하는 사이렌(세이렌)의 달콤한 노래처럼, 바디프로필 사진은 그렇게 나를 홀렸다.
바디프로필을 촬영하면 사람들이 멋있다고 하겠지?
셀카도 많이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야겠다.
유튜브 동영상을 찍어도 멋있게 나올거야.
운동해서 멋있어진 사람들은 자신감에 충만해서 산다는데, 한 번 성취를 경험해 본다면 나중에 뭘 한들 못하겠어?
그래. 나도 이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해서 저렇게 바디프로필을 찍어야지!
이런 욕망을 가지고 운동을 시작해서 5개월, 결국 바디 프로필까지 촬영했다.
이 차 정말 멋있지요? 이렇게 간지나는 차로 드라이브 하면 여자친구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세요?
자동차 스펙과 가격 조건을 수없이 듣고 비교하면서 고민만 하던 사람이, 이 한마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도 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도, 감성적인 충동으로 행동하고 변한다.
어찌 보면 정말 유치하다. 낼모레면 오십인데 사람들이 주책이라고 하지 않을까?
유치하고 주책스러워도 상관없다. 필요성(Needs)이 아닌 욕망(Desire)이 사람을 움직인다.
비키니를 사서 벽에 걸어놓고, 올여름에는 꼭 저걸 입고 워터파크에 가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는 여성의 모습 그 이상의 유치한 욕망이 나를 시작하게 했고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