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피어있는 벚꽃들도.
나무에 붙어있는 무언가의 허물도.
사소하게 뺨을 스치는 추운 봄의 바람도.
그 무언가도 전부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 내가 인생에서 결정했던 아니 18살 때부터 결정했던 그 모든 선택들이
결국 전부 정답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후회하나 없고
그 선택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소중했어.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따위의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어떻게든 최선으로 살아왔고 후회는 미래에게 맡겼어.
귀에 들려오는 너의 노래들은 너무나도 흰색 속 연한 핑크색과 같았고
내 기분도 새하얗고 조금은 붉은색을 띠었어.
언젠가는.이라는 말은 결국 미루는 것. 불확실한 것.
결국 강은 바다를 향해 흐르니 불 확실한 건 없는 거 아닐까.
스쳐가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사랑해 줄 수는 없지만.
어느 지점의 끝에서 모두와 만날 것이 분명하니깐.
지금 당장의 선택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지만
오늘만은 그 선택들에 대한 두려움 없이
그저 이 봄 공기를 만끽하고 싶어.
너와 함께 만끽할 수 없다는 것이 불만이지만
바람은 어쨌든 돌고 도는 거잖아?
선택도 책임감도 중압감도 없이
그냥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날아다니고 싶어.
길거리에 수거해가지 않는 개들의 똥들은 쳐다보지 않은 채
그저 위만을 쳐다보며 하늘색 배경의 핑크색 꽃잎들 만을 만끽하고 싶어.
아침과 밤의 양면성에도
그 꽃잎들은 찬란하게 빛날 거니깐.
봄은 생명의 시작이고
겨울은 생명의 끝이라면
오늘은 분명 봄의 한가운데 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