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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멈춰있을 뿐이다.

by LeeTang

어찌할 바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눈앞은 깜깜하지만 모두들 밝다고 하는걸요.

저는 더 이상 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 것 같아요.


흘러가는 강 속 제 눈물은 눈곱만큼도 없는걸요.

흐르지도 않은 눈물을 닦느라 손이 다 닳아버릴 지경이에요.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고자 해 봤자 아무것도 남는 건 없는걸요.

저에게는 많이 남겼네요. 그 시간들의 의미 없는 추억들과 그 시간들.

전부 허상이고 꿈이고 잠들지 못하는 꿈이고 잠들어도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고 다가오지 않을 신기루일 뿐이거든요.

죄책감도 결국엔 타버려요. 타고서는 검은 자국만을 남긴 채 다른 곳을 불태울 뿐인 거 아닐까요?


깊게. 더 깊게.

그저 빠져들기만 하는걸요.

다리도.

발도.

손도.

전부 빠져들어갈 뿐인걸요.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유리들이

언젠가는 내 눈에서 내릴 수 있기를.

아니.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눈물들이

언젠가는 너의 눈에서 유리조각이 되길.


멈추지 않아요.

계속해서 반복되고 어떤 길으로든 나에게 다가오는걸요.

도망치고 달리고 쫒고 아우성쳐봐도

결국 전 제자리에서 당신이 오는 걸 두렵도록 기다릴 뿐이라는 걸.


희미해져도 평생 남아있을

이 한구석의 자국들은

아세톤으로도 지우개로도

절대 통하지 않을 것만 같아요.


부서질지라도 넘어질지라도

손톱이 부러져서 피가 흐를지라도

기적같이 사람들이 나를 피해서 갈지라도

눈에서 피눈물이 눈을 희려도

움직이기만. 움직이기만 한다면

너는 어디든 갈 수 있어.

그런 나는 어디로 갔나요.


눈은 건조하고 손톱은 저물어가는 하늘빛을 하고서는

사람들과 몸을 섞고 있는 저는

부서지지도 않은 채

그저 그저

그저 멈춰있을 뿐인걸요.


당신이 아우성을 외칠 때 와줬던 나는

내가 아우성을 외칠 때는 메아리가 되지 않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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