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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망할 시간 시간 시간 시계

by LeeTang


쓸데없는 시간낭비라는 건 정말 굉장한 일이다.

특히 그 쓸데없는 시간의 속도는 쓸데 있는 시간의 속도와는 굉장히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는 시간을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그 사소한 차이점을 알 수 있는 걸려나

단순한 숫자의 변동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속도가 느려진다는 그 느낌이 너무나도 신기하다. 그저 변해가는 숫자를 보는 것일 뿐인데 특정숫자가 오면 해가 떨어지고 특정 숫자가 되면 밥을 먹을 다짐을 하는. 이 인간이 정해둔 시계라는 물건 또한 이토록 특별하게 느껴진다.


왜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을 숫자에 구속시켜 두었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시간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상대적이라 그 불안정한 상대성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키기 위함이었을까. 인지하지 않으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기에 그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추기 위해 손목에 시간을 담아두는 것인 걸까.

아니면 시계라는 것은 시간의 상대성 속에서 남과 만나기 위한 도구인 것인 걸까.


생각해 보면 이 시간을 숫자로 표현한 적합한 이유는 인간의 연결성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가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나무의 꼭대기에 해가 걸릴 때 즈음을 저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딘가에선 강물이 노랗게 빛날 때 즈음을 저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이 어느 특정한 '시간'에 만난다면 그들은 나무의 꼭대기에 해가 걸릴 때 보고 강물이 노랗게 빛나는 순간에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어 나오는 '시간'의 불확실성으로 손해 보게 되는 시간이 인간은 너무나도 아까웠던 것이다.


그렇기에 정말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룰. 시간을 숫자로 표현해 버린 이 '시계'라는 것으로 인간은 시간을 통제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공통되게 흐르는 이 불쾌할 정도로 정돈된 구속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자연 그 자체를 속박해 버렸다. 해가 지는 시간. 해가 뜨는 시간. 계절별 시간의 흐름. 그 모든 것을 인간은 숫자라는 매개체로 꺠닳아버렸으니. 그런 구속이야 말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시계라는 숫자의 구속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렇기에 없어진 세상을 보고 싶다. 더 이상 오늘은 오늘이 아니게 되는 것이고 내일도 어제도 나에겐 오늘일 수 있게 되는 그날. 사람과의 만남은 지금만을 바라보게 되고 내일이 오기 전까지 함께 있을 수 있게 되는. 그렇지만 그 후에는 언제든 만날 수 없는. 그런 만남들이 궁금해진다. 세상은 멈출 것이며 자연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돈의 흐름은 갈 곳을 잃을 것이고 수많은 음식들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음식을 먹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암은 감기와도 같을 것이며 주름은 자국일 뿐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기준을 정해버릴 것 같다. 시간을 자유를 구속해 버릴 것 같다. 숫자가 없다고 끝나지 않는다. 아니 숫자가 없을 적에도 끝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늘 가두고 만다 인간은. 그저 흐르게 두었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늘 가둬버리고 만다. 가두고 연구하고 분석하고 발전해 나가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그저 자연 그대로의. 그저 돌아가는 하나의 공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런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이. 언젠가는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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