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을 잤다. 매일매일. 주중은 밝은 빛을 등지고 세상을 외면했고, 날이 어두워질 때쯤이면 은은한 빛을 뒤로한 채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시간은 흘러만가고 일 년 중 단 하루의 그날이 다가오면 지금까지의 구색이 무색하게 조금은 두근거리게 된다. 그 어떤 믿음도 신뢰도 없지만 그 믿음에서 빠져나오던 노랫소리들은 내 몸속에 하염없이 스며들어 몸속에 작은 난로를 틀어 두는 것만 같은 따뜻함을 준다.
잠이 부족해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탓일까, 매일 오후 8시 이전까지는 마치 내가 꿈을 꾸는 듯한. 아니 꿈이라면 이렇게 평탄하지 않았겠지만 어쩌면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정도의 몽롱함과 함께 살아간다. 8시가 되면 비로소 깨어 내가 어떤 꿈을 꿨는지 곱씹을 뿐이다.
무거운 눈꺼풀. 따가운 눈동자. 수분 부족, 수면 부족, 욕구 부족. 모든 것이 무감각해지고 머릿속엔 순수한 감정만이 들어온다. 어떤 복잡한 것 없이 그저 일직선의 일방적인 그 느낌들의 흡수는 어째선지 장에 부담 없이 소화되고 따뜻한 느낌마저 든다.
그 상태에서 다가오는 그날의 분위기는 몽환적이고 심심한 나에게 자극적이게 흡수되어서 물에 풀어둔 다싯물처럼 향이 입혀진다. 다싯물 냄새가 아닌 버터의 냄새겠지만.
이런 수면부족의 상태에서 느낀 것이 있다면 소리에 더더욱 민감해진다는 것이었다. 반수면 상태에서 듣는 노래들은 눈앞의 시선마저 바꿀 힘이 있었고, 꿈이 끝났을 때 더욱 꿈의 상태를 그리워하게 만들어버린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감싸 앉고, 안정적이다.
그렇기에 그 느낌을 증폭시키게 되는 그날은 지금 내 상태에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잠이 온다. 잠이 오고 잠이 온다.
어딘가 끌려 들어가는 느낌만이 내가 잠들지 못하는 변명이 되겠지.
눈을 감고 이 느낌을 받아들이면 너의 날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을지도 몰라.
귀를 닫고 마음을 비우면 너의 노래들은 그렇게까진 다가오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만 하고
할 수 없었던 일들은 더없이 쉬워 보이기까지 한다.
멀고 멀었던 곳은 가까워 보이기까지 한다.
이 모든 게 수면부족과 그날의 허영일 거야.
그렇게 믿으며 나는 커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