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나무

by 이영진

소와 나무

이영진

일주일 내내 업무에 시달렸기에 종일 소파에서 뒹굴었다. 그런 내가 거슬렸던지 와이프는 마트에 가자고 했다. 물건이나 들어주고 그 대가로 세일하는 회나 사다가 집에서 한잔할 속셈이었다. 여기저기 끌려 다녔다. 카트엔 물건들이 쌓인다. 이번에는 우유를 고른다. 종류도 가지가지인데 재미있는 이름도 있다. 소와나무. 소나무=소와 나무?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소와 나무라… 소와 나무의 특징은? 그 둘의 장단점은?

소는 죽어라 일을 한다. 나무는 소에게 그늘을 만들어 쉬게 한다. 소는 나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고 소는 움직일 수 있으니, 소는 나무에게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준다. 둘은 친구가 된다. 이 둘만으로는 밋밋하니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나무는 오래 살고, 할아버지와 소는 죽거나 팔려간다.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누가 별안간 등짝을 친다. 돌아보니 와이프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한다. “뭐해? 한참을 찾았잖아.” “어… 뭐 좀 생각하느라고.” “잘 좀 따라다니라고요.”

행여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잊어버릴까봐, “소와나무, 소와나무” 되뇌다가 회도 잊어버리고, 집에 오자마자 책상으로 향한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다.

소와 나무 이야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밭에 큰 나무가 있습니다.

밭을 갈던 할아버지는 쉴 때면 늘

소를 그 나무에 묶어놓았습니다.

소와 나무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에게 소는

세상이야기를 들려주었답니다.

그러면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소를 쉬게 해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이 좋아서

그 나무를 소의 나무라 해서 ‘소나무’로 불렀답니다.

언제부턴지 할아버지도 친구도 올라오지 않아

밭은 잡초가 무성해졌습니다.

쓸모없는 땅이 될 때까지 둘은 오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갔고, 소는 팔려갔지만

그걸 모르는 나무는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몇 번이나 꽃가루를 날리며 소식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움이 깊어져 매끈하던 껍질은 주름투성이가 되고,

기다림에 지친 나무에는 서러움이 뭉쳐 방울이 맺혔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눈물처럼 방울이 떨어져

솔방울이라 불렀답니다.

내 어릴 때, 어머니께 들은 나만 아는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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