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 나절

by 이영진

소나기 퍼붓는 산사에 앉아 여름을 지켜본다.

우산을 펴드는 사람들, 준비 없이 온 사람들

처마 밑으로 튄다. 지나는 비. 기다림. 모두 멈췄다. 낙숫물 소리, 천둥, 번개. 마당 한가운데 빨간 배롱나무 홀로 비를 맞고, 연못 속엔 연꽃이 활짝 피어 여름이 한창. 연잎이 움직인다. 감당할 만큼 하늘의 내리심을 받고 비운다. 다시 빗물을 받는다. 비운다. 또 채운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나도 눈을 감는다. 나무 관세음 보살


여름 한 나절 /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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