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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쓰는 팀장 Aug 05. 2021

생일

  날씨가 무척이나 무덥다. 6월임에도 불구하고 밤에 잠들기 전 열대야를 잠시 느끼며 잠이 든다. 오늘 이 날씨에 내가 태어났다. 어리고 철들기 전에는 생일이 무슨 벼슬이나 되는 것처럼 부모님께 용돈을 받고, 친구들과 생파를 하고, 생일 축하를 핑계로 하루 종일 놀고 술 마시기에 바빴다. 그러나 결혼 이후 가정이 생기면서 정작 나의 생일보다는 아내와, 부모님, 자식들 생일 챙기기에도 주머니가 빠듯하다.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나보다 주위를 먼저 살피고 챙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작 나의 생일보다는 주위 가족들과 양가 부모님들 생신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 되어 버린 나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40대 가장인 나의 생일이 뭐 그리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거창하게 축하를 받는 것도 무안하고 그렇다고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기에는 뭔가 섭섭하고 허전한 것도 사실이다. 친구들과 생일날 같이 보낸 것도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이 나이에 생일이라고 친구들에게 연락하면 아마 서로 웃지 않을까 싶다. 못 할 것도 없는데 서로 각자의 바쁜 삶을 살아내느라, 친구의 생일보다는 더 우선시 되는 대소사가 많음을 알기에 이해하고 배려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어느덧 나의 생일보다는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를 더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쯤 무더운 날씨에 병원이 아닌 집에서 3살짜리 딸을 옆에 두고 이제 막 나올 나 때문에 산고의 고통을 겪으신 어머니는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둘째라도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한 생각에 얼마나 긴장하고 진땀을 흘렸을까? 28살의 꽃같이 어여쁜 나이, 요즘 나이로 치면 한창때이고 정말 인생을 즐길 나이인데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사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살아 계시면 당장이라 전화해서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야속하기만 하다. 어느덧 늦게 철든 아들은 이제야 생일날 본인이 아닌 어머니를 떠올린다.      

   오늘따라 평소보다 보다 더 무덥고, 눈물 나게 엄마가 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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