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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쓰는 팀장 Apr 14. 2023

회의실에 하마가 쳐들어 왔다!!

최근 관할지역이 정부에서 시행하는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많은 일이 한꺼번에 시작되었다. 유관부서들과 평소에 하지 않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어 대관업무 팀장과도 하루에 서너 번씩 통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시범사업이 우리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본부장과 해당 팀장과도 지속적인 회의가 이어졌다. 구체적인 액션 아이템을 계획해 실행하면서 해당 실무자가 팀장에게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보고 하게 했다. 그러나 사업의 방향이 회사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대로 지속된다면 회사의 매출이 해당 지역에서 제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가 닥쳐왔다.     

늦은 오후 사업부장이 최종 회사의 입장과 입찰문제로 유관부서와의 미팅을 잡았는데 나는 외근 중 급하게 본사로 들어왔다. 대관부서 팀장과 대관업무 부서의 이사, 팀장, 마케팅 팀장, 법률 팀, 홍보팀, 사업부장과 실무 팀장인 내가 같이 회의를 시작했다. 먼저 해당 팀장인 내가 지금까지의 사업진행 상황에 대해 이전에 메일로 보낸 보고 자료와 함께 최근 상황까지 간략히 브리핑하였다. 이어서 사업부장이 현재 시범 사업의 문제, 회사의 방향에 대해 간략히 의견을 주었다. 

     

회의가 한참이나 진행 중 일 때 조직의 수장인 전무님이 미팅에 불쑥 들어왔다. 갑자기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본인의 아이디어를 개진했다. 지금까지 사업부가 유관부서와 지속적으로 회의한 내용과 해결방안에 대해 본인이 의견을 늘어놓았다. 처음부터 사업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업부가 그전에 검토하고 합의한 액션 아이템, 그리고 실무팀과 대관부서가 이미 진행했으나 임팩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액션 플랜에 대해서 일일이 열거했다. 정부 관련 부서의 의견에 대해 처음부터 묵살하며 말도 안 되는 애기라 단정했다. 본인의 의견만 계속 30분 이상 화이트보드에 써가면서 계속 얘기했다.      


결론도 본인이 말하고 구체적인 액션 아이템까지 일일이 실무팀장에게 지시했다. 사업부장은 말없이 지시사항을 따라야 되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이 회의는 유관부서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고 향후 사업부의 액션 플랜이 법률상 문제는 없는지 정부 관련 사업진행 시 불이익은 없는지 의견을 듣는 자리였지만, 전무님의 계속되는 의견 개진으로 법률 팀은 회의 도중 나가버렸고 홍보팀과 대관팀은 단 한마디 의견도 얘기하지 못했다. 당연히 두 명의 팀장과 사업부장은 조직 수장의 지시 사항에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했다.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30분 이상 본인의 얘기를 하고는 다행히 전무님은 이런 미팅이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말씀을 계속하시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면서 이런 회의방식은 없어져야 한다면서 회의를 마무리 지으셨다. 다행히 최고 권력자가 이런 회의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 마음의 위로는 되었다.      


요즘 회사들은 직급을 파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실행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핵심은 수평적인 조직문화, 직급에 상관없이 공평한 의견 제시. 상호존중을 목표로 한다. 한마디로 회의 중에도 직급에 상관없이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눈치 보지 않고 얼마나 할 수 있느냐가 척도라고도 할 수 있다. 

회의 시 가장 위험한 것은 Hippo라는 말이 있다. ‘High Paid Preson’s Opinion‘ 란 뜻으로 가장 월급을 많이 받는 즉,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이 의견이 가장 위험하다는 뜻이다. 

최고 포식자가 의견을 내는 순간 국내 회사의 대부분 조직은 그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말로만 떠들고 현실은 임원의 한 마디에 모든 회의가 결론을 맺으며 끝이 난다.      


팀 미팅은 팀원들이 직접 주관하여 회의 어젠다를 준비해 진행하는 미팅을 많이 한다. 팀장도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고, 팀원들이 회의를 주관하니 더 적극적이다. 

본부의 전체적인 사업방향 외에 최대한 리더는 말을 아껴야 한다. 

가끔씩 회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과 시간만 잘 관리해 주면 팀장 없이 진행하는 회의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많은 회사와 팀들이 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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