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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가 뭐야?

by leeway

작년 10월, 무수히 많은 탈락을 겪으며 지쳐가던 어느 날이었다.

또 한 번의 탈락 통보를 받고 풀이 죽어있던 나에게 아들이 다가와 물었다.


"엄마, 왜 그렇게 계속 도전해요?"

"엄마는 작가가 되고 싶거든!"

"왜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좋아지겠지? 그럼 그 글로 엄마가 했던 실수들, 또는 힘들었던 일들을 써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거든!"

"그런데 자꾸 떨어져서 속상하다."


그러다 아들에게 다시 물었다.


"아들, 너는 엄마 강점이 뭔 것 같아?"

"그걸 알면 브런치 작가 도전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아들이 주저 없이 답했다.

"긍정이요! 엄마는 긍정적이지 않을 때조차도 너무 긍정적이에요."

"아!"


그 한마디에 나는 다시 브런치에 도전할 강력한 지원군 한명을 얻은 듯 했다.

아들이 생각하는 엄마의 강점이 긍정이라니!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 그렇지! 나는 포기를 모르는 긍정파니까!'


아들의 응원에 힘입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했고, 드디어 브런치 작가에 선정됐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그 벅찬 감동이 느껴지는 듯하다.

사무실에서 합격 문자를 받았을 때, 나도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아~!"

혼자서 입꼬리가 머리끝까지 올라갔던 그때의 그 벅참!


그 후로 글도 쓰고 그림도 올렸다.

그리고는 라이킷 알람이 올 때마다 또 혼자 싱글벙글.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어? 내가?"

"네~ 완전 좋으신데요!"

"같이 좋아해드릴게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실은 나~ 브런치 작가됐어!"

난 이 한마디면 설명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브런치니까!


"우와~ 진짜요?"

"브런치 작가라고요?"

"이야~~ 축하드려요!"

이쯤의 반응을 예상했건만,


"뭐라고요? 브.. 뭐요?"

"브런치스토리!" 좀 더 힘주어 말했다.

"브런치?"

"그게 뭐 하는 건데요?"

"새로 생긴 식당인가요? 브런치? 거기 좋아요?"

....

"음.. 그게 뭐냐면.." 블라블라..


그 뒤로도 이런 반응은 숱하게 더 만났다.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아직 브런치가 대중화된 플랫폼까지는 아니구나.'

'그렇다면 발전 가능성도 엄청나다는 거 아닌가?'


그치만 좀 안타깝다.

황보름 작가님도, 은유 작가님도 브런치를 통해 데뷔했다던데,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문화의 불모지, 남쪽 끝자락에 붙은 지방이라는 핸디캡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심 속상한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나 되고 싶었던 나의 우상 같았던 브런치를 모른다니.


그렇다면?

내가 알려야지! 브런치를 내가 알리면 되잖아?!


올해 브런치 연재를 했다.

사춘기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엮은 10화로 된 짧은 연재였지만,

첫 시도였고, 또 다른 도전이었다.

브런치에 소소한 글 하나, 일상을 담은 그림 하나에서 연재까지.


브런치는 글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나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고향 같은 플랫폼이다.

그곳에서 나는 작가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곳에서 leeway라는 이름으로 종이책을 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꿈은 브런치와 함께 시작됐고, 브런치와 함께 이뤄나갈 것이다.


언젠가 내가 종이책 작가로 데뷔하는 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꿈꿔본다.

"브런치요? 그게 뭐 하는 건데요?"라고 묻던 그 사람들에게

"제 꿈이 시작된 곳이에요."라고.


그리고 더 많은 예비 작가들이 브런치를 통해 첫 글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기를.

나처럼 "아~!" 하고 기쁨의 탄성을 지를 수 있기를.


브런치 10주년,

나에게는 꿈의 시작점이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든든한 동반자다.


#브런치10주년작가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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