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의자를 샀다. 가을 독서를 위해.
공원 벤치에 앉아 책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시원한 바람,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한 손엔 텀블러.
완벽한 가을 오후였다.
머릿속에서는.
조립 설명서는 간단했다. 뼈대 완성하고 시트 끼우면 끝!
뭐 이 정도야.
그런데 여름이 안 갔다.
낮엔 너무 덥고, 저녁엔 어두워서 갈 수가 없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가을이 드디어 왔고, 나는 의자를 들고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곳곳에 아저씨들이 보였다. 무슨 캠페인인가 싶어 유심히 봤더니 도토리 줍기 삼매경이었다. 요즘엔 아저씨들도 도토리를 주우시네.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나, 의자 조립해야지.'
본격 조립 시작. 뼈대부터 차근차근. 오케이~!! 쉬운데?!다음은 시트 끼우기. 등받이부터 샤샥 끼웠다.
마지막 바닥.
'어라? 뭐지? 안 들어가는데? '
다시! 끄으응~~~~! 아무리해도 안.된.다!
다시 꼼꼼히 설명서 확인. 맞는데?
홈페이지 영상도 확인.
그리곤 다시 시도.
다시, 또 다시, 또또 다시.
안.된.다!
다시한번 숨고르며 영상 한 번 더 확인하고, 있는 힘꺼~~~~~엇!
예쓰!!!!!
이제 하나 남았다.
그런데 이건...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다. 간격이 넓어도 너무 넓다.
폴대와 시트사이 간격, 넓어도 너무 넓은 간격이다. ㅠㅠ
그 때부터 나만의 합리적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시트가 잘 못 온건가?
아님, 힘이 딸리는 건가?
이도저도 아니면 여태 조립을 다 잘못했던건가??
문득 스친, 스친들!
아! 그래! 스레드에 도움을 청해보자. 여긴 실시간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니까!
요렇게 SOS요청! 하~ 처음 글 올릴때만 해도 답없으면 어쩌지? 접어야하나? 온갖 고민들 가득, 그래도 용기내서 올린 글에 댓글이 무려 64개!(오늘 아침엔 92개!!!!!)
나의 답글 포함, 그날 저녁까지 달린 댓글이 64개였다. (오늘 아침엔 무려 92개!!)
누군가는 "저도 그랬어요, 이렇게 해보세요"라며 차근차근 설명을 올렸다.
또 누군가는 유튜브 영상을 보내줬다.
자신만의 팁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일단 한쪽을 완전히 끼우고, 반대편은 대각선으로 당기면서 밀어 넣으세요."
"체중으로 눌러봐요~."
"순서를 반대로 해보세요!"
누군가는 말한다.
SNS는 조회수 팔이라고.
또 누군가는 SNS는 인생 낭비, 집중력 도둑이라고도 말한다.
틀린 말, 아니다.
나 또한 스레드는 시간 도둑이라 생각하니까!
헤어나오지 못하는 무한 스크롤 지옥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 안에 있는 건,
사람이다.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오늘의 나처럼 일면식도 없지만, 나의 "헬프미"에 호다닥 달려와 답글을 올려주는 사람이 있는 곳.
SNS가 시간 도둑인 건 맞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 '사람'이 있다면, 그건 도둑맞은 게 아니라 나눈 게 아닐까.
결국 관점이다. SNS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어떤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이번 가을 독서의 시작은 의자였고, 그 의자는 낯선 이들의 선의에서 만들어졌다. 그 선의는 '함께'라는 마음을 품게 한다.
이 가을, 함께하는 이들로 더 행복 가득한 시간이 될 것만 같다.
물론 책과 함께!
다 함께 조립한 그 의자에 앉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