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잔!
그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잔이었다.
술이냐고? 아니다. 커피다.
오랜만에 셋으로 흩어진 가족이 하나가 된 반나절의 외출에서 커피 한잔을 마셨다.
커피는 딱 한잔 마셨을 뿐인데.
어젯밤 밤새 뒤척였다.
한잔을 다 마신 건, 수술이후로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나의 온 몸이 카페인으로 뒤덮여버렸다.
낮엔 멀쩡하던 정신세계였고, 몸 상태였다.
평소보다 덜 피곤하고, 잠이 덜 왔지만 잠자는 시간을 정해보기로 마음먹은 첫 날. 그게 어젯밤이었다. 마음속으로 정한 시간 10시 30분,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들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엄마의 잔소리만큼이나 피하고 싶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꾸만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잠을 자꾸만 밀어낸다.
그 생각들은 대부분 기억하기 싫었던 생각들을 데리고 오기에 여념이 없었다.
생각의 꼬리를 끊어내야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생각들은 더 깊이, 더 집요하게 나를 파고 들었다.
하~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꼬꼬무들.
눈은 감았고, 몸은 뉘였지만 아들이 돌아오고 가족들이 모두 잠이 든 새벽까지도 나는 그렇게 뒤척뒤척 잠이 들지 못했다. 급기야 거실로 나와 잠자리를 바꿔 잠을 청해도 봤지만, 잠은 커녕, 정신은 점점 몽롱한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어느덧 새벽 4시.
하~ 이젠 포기. 나도 모르겠다. 다시 침실로 들어가며 안되면 운동이라도 가자는 맘으로 다시 몸을 뉘었다.
아주 잠깐 잠이 든 듯 했지만, 알람이 울리기전 뒤척이며 잠은 달아나버렸다.
물한모금으로 아침을 열고, 댕댕이와 산책 시작.
눈은 게슴츠레, 몸은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상태는 아랑곳없이, 아침공기는 마냥 상쾌하다.
조금씩 무거운 발걸음 딛는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깨지 않던 정신에 그 숨결을 넣은 듯, 몽롱하던 나의 정신이 기지개를 켠다.
'이제 깨어나 볼까?' 산책은 그렇게 나를 좀비에서 사람으로 바꾸어주는 마법을 선사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할 아침을 부지런히 '설계'해본다.
오늘은
1. 밀린 입트영 마무리
2. 읽던 책 2권 클리어
3. 전시회 작품 사진 찍고 정하기 (스케치는 언제하나?)
일단 요 세 개라도 끝내보자!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하니 아침이 또렷해지는 기분이다.
그렇다면? 산책 마무리는 매일의 우선순위 정하기로, 오늘부터 루틴하나 추가!
(커피한잔이 불러 온 불면, 불면으로 시작한 아침 산책, 산책의 마무리에서 만든 새로운 루틴!
엄청난 위력을 가졌구나! 너!)
검마사님의 책 <루틴의 설계>라는 책 제목처럼, 늘 해오던 루틴들도 조금씩 재설계하며 조정할 시기가 있는 듯 하다.
나의 오래된 커피 루틴은 삭제하고, 우선순위 루틴은 추가한다.
댕댕이와의 산책으로 시작하는 아침, 우선순위를 정하며 하루를 열어가는 소소한 루틴.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를, 우리의 삶이 만들어진다.
작은 변화 하나가 삶의 질서를 새롭게 정리해주는 것이다. (커피 루틴 삭제는 나의 엄청난 변화이기에 다음 글감으로. 우히히힛!)
오늘도 새로운 아침!
행복한 날로 만들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