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미움받기

by 이월

< 잠깐 미움받기 >


집에 놀러 왔다가 제이크를 본 친구들이 뚱냥이라고 할 때, 얘는 털이 찐 거라고 말하던 날이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예방접종 맞으러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진지하게 뚱뚱한 거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의 충격이 생각납니다. 제이크 얼굴이 갸름하고 예뻐서 얼굴만 보고 지냈나 봅니다. 그날을 기점으로 다이어트 사료로 바꿨습니다. 나이 들면 관절에 무리가 간다기에, 미리 준비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이크는 안기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양치를 할 때 품에 안고 하다 보니, 안기면 ‘양치의 시간’이라 여겼거든요. 가끔은 안아서 뽀뽀만 마구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땐 제이크의 반응이 두 단계를 거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처음에 잡아서 안았을 땐 ‘앗, 또 양치한다’라며 칭얼거리던 목소리가 뽀뽀를 받으면 ‘아. 이거야?’ 하며 이해하고는 곧 조용해집니다. 뽀뽀가 끝나고 놔줬을 때 ‘이렇게 귀염받는 고양이는 바로 나지’ 하는 얼굴로, 의기양양하게 방으로 사라집니다. 아 예쁘다 하고 제이크를 바라보고 있으면 제이크는 무심한 듯한 도련님 표정을 짓고 있어요. 제이크는 내가 본인을 아주 아주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걸까, 나만 열렬한 짝사랑을 하는 건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나이가 들면 치석 때문에 고양이들이 고생한다길래 양치를 열심히 시켰던 건데, 10살도 안 채우고 가버려서 노묘(老猫) 보험처럼 챙겼던 것들이 빛을 발하진 못했네요.


제이크가 양치만큼 싫어하는 것이 발톱 깎기입니다. 당신은 아이의 발톱 깎는 것을 능숙하게 잘하시나요. 저는 실수할까 봐 조심스러워져서 발톱 깎을 때 빠릿빠릿하게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면 인내심이 바닥난 제이크가 하악질을 합니다. 그러면 곧바로 품 안에 안겨있는 제이크 이마에 뽀뽀를 해줍니다. 그러면 절대 깨물거나 할퀴지 않아요. 남이 보기엔 사납게 하악질 하는 것처럼 보이니 뽀뽀하기 위해 내민 주인의 입술을 콱 물어 버릴 것 같지만, 제이크의 하악질은 ‘발톱 깎는게 아주 싫어’라는 의사표현하는 것이라서 상대를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저를 한 번도 다치게 한 적이 없으니까요.


돌이켜보니 주인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손등에 흉터를 새겼던 9년 전 중성화 수술 날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네요. 그렇게 뽀뽀와 발톱 깎는 소리가 번갈아서 몇 번 들리다 보면 오늘 할 일은 끝이었습니다. 발톱 깎기, 여름에 털 밀기, 양치하기, 영양제 먹이기 등 당신의 집에서도 우당탕하며 돌봄의 시간을 보냈겠죠. 할 일을 끝내면 간식을 주셨나요? ‘자-끝났다’, ‘고마워’, ‘잘했어’,’어이구 내가 더 힘들다.’ 등 당신의 목소리도 한마디씩 했겠죠. 우리 모두 잠깐의 미움을 받는 시간이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내일 또 해요. 아참. 저는 당분간 휴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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