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을 마주하며 <렌토>
방 안으로 환히 비춰들어오던 찬란한 노을빛. 하루 종일 먹먹했던 무채색의 공간에 선명한 생동력이 가득 차올랐다. 아름답다. 잡고 싶다. 카메라를 들었다.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조절했다. 갑자기 노을이 옅어졌다. 기다렸다. 하지만 태양은 서쪽 하늘의 구름 사이로 점점 사라져갔다. 흐릿한 노을의 자취마저 사라졌다. 잡고 싶던 찰나의 순간은 그렇게 망설임과 기다림 사이에서 사라져버렸다.
늘 그래왔다. 잡고 싶던 찰나의 순간은 결코 잡을 수도, 담아둘 수도 없었다. 눈빛, 미소, 향기, 따스함, 뜨거움, 열정, 경이, 환희, 황홀경. 그 영원하길 바랐던 찰나의 순간들. 하지만 그 어떠한 것도 잡아둘 수 없었다. 그저 순간을 기억이란 수단으로 불온전하게 저장해놓을 뿐. 아주 불온전하게. 도대체가 단 하나도 온전하게 간직한 순간이 없는 것이다.
아, 저기 나의 우상 파우스트는 어째서 아름다운, 잡고 싶은 순간을 찾아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와 거래까지 했던가. 그는 악마와 손을 잡고 더 멋진, 더 황홀한, 더 지고한 한순간을 포착하고자 도덕과 선악의 저편으로 나아갔다. 저 경험과 인식의 끝에 더 완벽한 한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는 마침내 지상 최고의 순간에 외친다.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그리고 그는 지상에서 파멸한다.
하지만 파우스트여, 괴테여, 나는 속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그 최후의 지고한 순간을 찾아 현실을 부정한 채 이상 속을 헤매었던가. 그리고 파멸했던가. 진정 아름다운 것은 지고한 최후의 순간이 아닌, 소소한 순간 속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그리하여 나는 노을을 잡으려 한다. 그것이 아무리 불온전하게 간직된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모든 것을 잡으려 손 뻗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