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의 카페에 홀로 앉아 있는 일,
작은 풀꽃이 올망졸망한 간이역에 약속도 없이 내려 보는 일,
바다와 흰 구름 사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일,
여행이라는 말 속에는 늘 이런 상상이 들어 있다.
그러나 하루를 지나면 또 하루와 그 다음의 또 하루가 무수히 나를 붙잡고 있는 일상에서 혼자인 나를 우두커니 바라보는 여행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무기력과 허무의 무게를 지워줄 경이로운 자연 풍경을 마주할 날이 진정 있기나 할는지… 늘 생각 속에만 있는 여행자의 꿈.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나는 여행이 지루한 날들에 대한 가장 확실한 처방이라고는 온전히 믿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일까, 작은 베란다 햇살 아래 가만히, 나와 그림자와 단 둘이 앉아 시를 읽으면 여행의 꿈이 달래지곤 했다. 늘 무언가를 하기 위해 달리던 시간을 무엇인가를 하지 않기 위해 멈춰 보는 일이 여행이라고 한다면 시를 읽는 시간도 짧은 여행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냐고 억지를 부리면서.
“시는 여행에의 초대”라고 한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말처럼 나를 여행자로 만들어 주는 시들. 가보고 싶은 장소일 수도 있고, 오래된 마음속일 수도 있고, 무심히 지나쳤던 사람들의 표정일 수도 있는 온갖 시들.
이 시들을 읽는 동안만큼은 여행자의 기분이 되는 나처럼, 누구나 각자가 꿈꾸는 여행지로 초대받은 여행자가 되면 좋겠다. 이국의 멋진 관광지를 두 발로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걸어가는 이 여행도 충분히 즐겁기를 바라며…
(천천히, 도보여행자의 속도로 글을 올릴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