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 Aug 02. 2018

이름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향기는 그대로다

캠퍼스의 정원을 지키는 고양이. 그녀는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밀당의 귀재이다. 종종 애교로 나를 녹여 참치캔을 사 오게 하기도 한다. 어느덧 가까워진지 8개월째. 어제, 그녀를 쓰다듬다 새삼스레그녀에게 이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이름을 지어줄까 고민을 하던 나는, 어쩌면 그녀에게 이름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지어준다 해도 그것은 나의 편의를 위한 것일 테니 말이다. 여태껏 그녀는 이름 없이도 충분히 예쁜 고양이였다. 그런데 새삼 이름을 붙여준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문득 셰익스피어의 말이 생각났다.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향기는 그대로라고. 때론 이름이란 그리 중요치 않은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 존재가 발산하는 있는 그대로의 색채인 것이다.




모로코에서 만났던 무명의 고양이.
여태껏 그녀는 이름 없이도 충분히 예쁜 고양이였다.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향기는 그대로이다.



어쩌면 이름은 그저 한 존재가 발산하는 이미지를 결부시켜 기억할 하나의 껍데기에 불과한 것은 아닐는지. 자문한다. 사람들은 나를 뭐라고 부르는가. 무엇으로, 어떻게 불리고 싶은가. 그렇게 불리는 게 살아가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불리기 위해 사는가,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 위해 사는가. 이름에는 아랑곳없이 자신만의 색채로 아름답게 존재하는 그녀를 떠올려본다.


2017년 여름, 모로코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꿈과 행복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