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경한 사막의 어느 소년에 대하여
사하라 사막. 낙타를 타고 두 시간, 베르베르인 캠프에 짐을 풀었다. 고요한 새벽. 보름달이 태양을 대신해 황금의 벌판을 훤히 비추고 있다. 잠들지 못한 채 달에 취한 듯 사막을 정처 없이 거닐어본다. 가장 높은 사구(沙丘)에 올라 사평선(沙平線)을 바라본다. 한 베르베르 아이가 다가와 내 곁에 앉는다.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그곳은 어떤 나라지요? 그곳 사람들은 눈이 다 작나요? 맞아요, 오늘은 별을 볼 수 없어요. 보름달은 욕심이 많거든요. 혼자서 빛나려고 하지요. 저기 봐봐요. 보름달이 뜨면 낙타들도 잠을 못 자요. 우리처럼요. 저는 사하라 사막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6개국어를 할 줄 알아요. 아랍어, 프랑스어, 베르베르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어떻게 배웠냐구요? 이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오거든요. 그들에게서 조금씩 배웠어요. 오늘은 영국인 아저씨가 제게 20파운드를 줬어요. 영국에 가면 쓰라구요? 저는 이곳에서 살 거에요. 왜냐구요?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굳이 나갈 필요가 없잖아요. 저는 매일매일이 기다려지는걸요.
키 작은 베르베르 아이. 내가 가르쳐준 한국어로 인사를 하곤 하나부터 열까지 세며 왔던 길을 내려가는 아이. 오 개국어를 할 줄 아는 아이. 매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 달빛이 맺힌 눈 망울이이 아름답고 순수하던 아이. 사람을 대하는데 유려함이 묻어있던 아이. 사막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아이. 사막에서 피어난 아이.
문득 그가 떠나자 나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사막의 아이보다 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사막의 아이보다 맑지 못했다. 유창하지 못했다. 유려하지 못했다. 순수하지 못했다. 지혜롭지 못했다. 아이는 사막에 뿌리를 내려 이토록 아름답게 피어났는데. 나는 뿌리내릴 곳을 찾지 못해 내일도 그다음 내일도 떠돌아다닐 생각뿐이다. 내가 뿌리내릴 곳은 어디란 말인가. 그토록 와보고 싶었던 사하라 사막도 결국 내가 찾던 곳이 아니었다. 나도 얼른 자라나 저 사막의 아이처럼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