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야즈드의 구 시가지에서 질문을 마주하다
야즈드의 구시가지는 어언 이천 년의 유구한 시간 속에서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흙과 짚, 그리고 나무로만 지어진 도시는 마치 지상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머나먼 태곳적의 세계로 온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정겨운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생기가 없었던 것이다. 작고 구불구불한 골목은 내리쬐는 태양에도 불구하고 그늘져 어두웠고, 그 때문인지 이미 죽어버린 웅장한 동물의 사체 속을 헤매는 것만 같았다. 사람 사는 냄새도, 활기도 없었고 그저 황량한 적막만이 있을 뿐이었다.
세계문화유산이 어찌 이리도 적막하단 말인가. 얼마나 지났을까, 황량한 미로를 홀로 거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갤 들어보니 옥상에서 사람들이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공사 중인 인부들이었다. 내가 손을 흔들어 답례하자 그들은 하던 걸 멈추고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오, 죽은 도심에서 살아있는 것은 그들뿐이었다. 그들의 미소와 손짓은 마치 내게 구원의 동아줄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들의 온기에 이끌리듯 옥상으로 향했다. 그들은 흙 묻은 손을 내밀어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인부들은 하던 것을 멈추고 나를 둘러쌌다. 여러 개의 순수한 눈동자들이 나를 응시하며 내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에 대해서 묻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손짓, 발짓, 눈빛, 알고 있는 언어를 총동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나에 대해 고백했다. 무척이나 원시적이었지만 그만큼 명료한 언어였다.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무얼 꿈꾸고 있는지, 무얼 찾아 방황하고 있는지. 그들은 나의 이야기가 끝나자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무언갈 이해했다는 듯 고갤 끄덕였고, 미소 지었다.
자신들의 일상 속으로 잠시나마 이방인을 초대해준 그들. 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는 야즈드의 구시가지보다 그들이 기억 속에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세월에 박제된 적막한 도심 속에서 생동력 있게 빛나고 있던 것은 그들의 미소였고, 눈빛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던 그들의 호의 어린 눈동자. 어쩌면 나는 그들의 물음을 듣기 위해 이란의 어느 황량한 구시가지를 찾아갔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원초적으로 그에게 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고갤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머나먼 이방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누구인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