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 선물한 것
모로코에 살던 때였다. 우체국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택배가 도착했노라고. 누나가 보낸 택배였다. 집에 돌아와 커다란 박스를 열어보니 족히 이 년은 넘게 사용할 수 있는 폼클렌징과 스킨, 로션, 선크림 그리고 엄청난 양의 마스크팩이 들어있었다. 내가 부탁한 것은 스킨로션을 비롯한 몇 개의 화장품뿐이었는데.
모로코에서 지내기로 한 시간은 단 일 년, 점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쓴다고 썼지만 화장품들은 그대로였다. 조급했다. 이 많은 화장품들을 언제 다 쓰지. 폼클렌징을 샤워할 때도 사용했다. 얼굴에 사용해야 할 스킨 로션을 몸에도 사용했다. 하루에 하나씩 마스크팩을 뜯어 얼굴에 붙이곤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마주했다. 참, 모로코까지 와서 가지가지 한다.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무엇보다 거친 상남자를 지향하고 있던 나였기에 스스로에게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말았다. 나는 마스크팩을 뜯어버렸다.
아, 내가 예뻐져서 뭘 하겠는가. 어차피 다 쓰지도 못 할 화장품을 쓰느라 주접떨지 말자. 남은 화장품들을 정리했다. 나는 모로코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화장품들을 하나하나씩 나누어주었다. 물론 여자친구(여사친)들에게만 나누어주었다. 참, 모로코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가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르간 오일을 쓰거나 니베아를 쓰는 것이 고작이다. 그녀들은 무척이나 기뻐하며 사용 후기까지 세세하게 전해주었다.
화장품들을 모두 나누어주고 나니 마음 한편이 뿌듯했다. 그것은 애물단지를 처분했다는 홀가분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북아프리카, 태양의 나라, 황량한 사막의 세계에 촉촉함을 선사해준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모로코의 아름다움에 일조했다는 뿌듯함이었다고나 할까. 혹 누군가 모로코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면, 나도 그것에 한몫 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