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그동안 나는 늘 이상만을 좇아왔다. 친구들은 이런 내가 첫 책을 출간했을 때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화끈하게 광고를 내주기까지 했다. 늘 친구들에게 말해왔다. 나는 성공하면 선상 파티를 열어서 너희들을 초대할 거라고. (개츠비를 동경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기를 조급하게 기다렸다.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 조차 이상적으로 한정 지어 놓고, 오직 그 방법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말 무척이나 조급했다. 더 괜찮은 글을 쓰고 싶었고, 문학상도 거머쥐고 싶었으며, 첫 작품을 깔아뭉갤 장편을 다시금 출판하고 싶었다. 친구들을 당당하게 초대하고 싶었다. 얼마 전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친구가 말했다. 그렇게 조급할 게 뭐가 있냐고. 너는 그저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거 아니냐고. 너는 벌써 두 권이나 출판한 작가며 천천히 나아가는 중이라고. 왜 지금 이 순간 행복해하지는 못하는 거냐고. 너는 너무 거대한 이상만을 좇는 거 아니냐고.
그동안 꿈을 좇았던 것일까, 이상을 좇았던 것일까, 성공을 좇았던 것일까.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하염없이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곁에 있는 것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늘 책과 함께 혼밥을 했고,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드물었으며, 인연을 등한시했고, 그 결과 소중했던 사랑도 놓치고 말았다. 애석하게도 이상의 목적을 좇는 동안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하나씩 바로잡고 싶었다. 현실의 행복을 추구해보기로 했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출판회 겸 조촐한 술자리를 열겠다고. 다가온 토요일 친구들이 모두 모였을 때 말했다. 아무래도 선상 파티는 이번 생애 없을지도 모르니 그걸 기다리다가는 너희들에게 영영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노라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먹고 마셨다. 작은 백일장도 열어 재미있는 시간도 갖고 시상식을 통해 모두에게 조촐한 선물도 주었다.
그동안 내게 술자리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자리였다. 서둘러 돌아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었다. 늘 이상을 좇으며 나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다. 내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상 또한 주변의 사랑과 도움이 없었다면 감히 좇을 수 없는 것이었다. 혼자서 해낸 것은 돌이켜보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책의 말미, 감사의 말에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쓰고도, 담지 못한 얼굴들이 떠올라 죄송스러울 뿐이다.
책을 출판할수록 인연과 우정과 사랑과 소중함을 깨닫는다. 책을 읽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아니라 책을 만들며 배우고 있다. 계속 문학 비슷한 걸 하겠다며 요란을 떨 테지만, 이제는 사랑보다 책이 소중하다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