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의 밤

사랑의 상실과 공허와 대하여

by 이우

영원히 머물고 싶은 순간을 찾아 위대한 방황을 했던 파우스트처럼 살아보고 싶었다. 붙잡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지고한 순간을 마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내자 파우스트의 환영은 불현듯 사라지고 말았다. 영원할 만큼 아름다운 순간은 마주하지 못한 채 홀로 남겨지고 말았다. 기나긴 여정 속 붙잡고 싶은 순간들을 돌이켜보았지만 떠오르는 건 순간이 아닌 얼굴뿐이었다. 모닥불로 따스하게 일렁거리던, 허름한 술집의 조명 아래 발갛게 달아오른, 창가로 새어오는 달빛속에 고요하게 빛나던 그녀의 얼굴.


어느새 그 얼굴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빛을 잃은 세상은 콜타르처럼 새까맣게 질척였고 모든 것을 잔인하게 집어 삼켰다. 이제 기나긴 새벽, 나는 잠들지 못한 채 처참하게 침잠할 것이다. 어둠은 길고 적막하다. 차라리 빛도 어둠도 몰랐더라면. 아니, 영원했더라면. 그래서 그 아름다운 빛깔에 눈이 멀었더라면. 하지만 멀쩡한 이 두 눈은 어둠을 명확하게 응시한다. 어둠의 티끌까지도.


그래도 끝 모를 이 새벽을 지나면 저 지평선 너머에서 빛이 떠오르겠지. 새벽도 영원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때가되면 어둠 속에서 그 구원의 빛을 또렷이 응시할 것이다. 아직 멀지 않은 두 눈으로. 영원을 갈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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