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적, 육체적 정착지를 갈망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일까, 늘 고민해왔다. 인생의 매 순간들, 어딘가에 발 딛고 있을 때면 자문하곤 했다. 과연 이곳이 내가 뿌리를 내릴 곳이 맞는 것일까. 나는 유목민처럼 뿌리를 내리지 않았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겠지, 더 안락한 곳이 있겠지 하며 떠나고 떠났으며, 지나치고 지나쳤다. 그럼에도 농경민족의 정착 본능을 DNA 속에 간직한 나는 본능적으로 대지에 뿌리를 슬쩍 내려보곤 했다.
인생의 시기마다 달랐다. 나를 자라나게 했던 자양분과 햇살이 그득했던 곳도 있었고, 나를 지치고 병들게 했던 습하고 어두운 곳도 있었다. 이제는 알고 있다. 그간의 자체 ‘이식移植’ 경험을 토대로 꽃봉오리를 맺으려면 어느 곳에서 자라나야 하는지, 어느 곳을 피해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 자라나고 싶은, 뿌리내리고 싶은 곳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공자는 말했다.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곳에 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에게 거함이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물리적 공간을 의미한다. 먹고 자는, 일하고 땀 흘리는, 호흡하고 사유하는, 그리고 사람들과 사랑하는 공간. 병충해가 들고 계절에 맞춰 자라나지 못한다면, 새롭게 피어나려면 그 물리적 공간을 바꿔야 한다. 당분간 새로운 대지를 찾아 헤매어야만 할 것 같다. 식물학자의 이식 실험은, 아니 방랑자의 정착의 꿈은 언제 이루어질까.
instagram : @leewoo.dem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