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으로 결정지어지는가
인간의 정체성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 단연 소속감이다. 국적, 인종, 종교, 정파, 거주 지역, 학교, 직장, 동아리, 친구, 연인. 그 관계가 좋든 싫든 한 개인이 몸 담고 있는 곳은 일원이 된 그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소속감은 한 개인을 대변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출신만으로도 한 개인을 규정한다. 그 사람 어디 출신이고, 무엇을 믿고, 누구를 만나는지, 또 어떤 취향인지가 그를 대신 설명해주는 것이다.
또한 소속감은 개별적 존재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유서 깊은 소속감은 장독에 든 된장처럼 점점 발효되어 깊은 맛이 우러나오게 된다. 인종주의, 국수주의, 독단주의, 파벌주의. 이제 유대감은 한 개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의 이유와도 같은 것이 된다.
하지만 오늘날은 부여된 소속감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시대다. 새로운 믿음을 찾고, 국적도 바꾸며, 매일 이직과 퇴직 생각을 하고, 미적 감각을 새로이 조율하며,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골라 만나고, 조금만 맞지 않아도 연인 관계를 쉽게도 끝내고 다시 시작한다.
태생적 소속감을 느슨하게 가진 채 끊임없는 관계의 형성을 통해 후천적 소속감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소속감 속에서도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관계의 풍요 속에서 마치 탄달로스처럼 끝 모를 갈증을 느끼고, 마음의 고향 같은 관계의 형성을 추구하는 이들.
이런 부적응자들은 일반적 소속감에서 탈선을 하게 된다. 국적을 버리고, 탈당을 하고, 자퇴를 하고, 출가를 하고, 조직을 버리고. 하지만 인간은 결코 혼자가 되지 않는다. 다시 입당을, 입학을, 입사를, 귀의를 하게 마련이다. 마음의 고향을 찾아, 혹은 별다른 도리가 없어 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소속감과 유대감에 필연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 그리고 관계의 불만족 속에서 관계의 유토피아를 갈망하는 인간. 바로 이게 요즘 내가 고민하는 연구 주제이다. 연구 대상은 나 자신. 연구 논문은 아무래도 장편의 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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