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시했던 사랑과 사람에 대한 고찰
대학시절 나는 그 흔한 오티도, 엠티도 가본 적이 없다. 전공이었던 역사학과(국제관계학으로 전과해 거꾸로 복수전공했다)는 학과생들이 모두 함께 2박3일동안 유적지를 찾아떠나는 답사라는 것 까지 있었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전공교수님이 물었다. 왜 가지 않느냐고. 내가 답했다. 저는 대학교에 놀러온 게 아니라 소설가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술 퍼마시며 희희낙락할 시간에 책을 한 자 더 읽어야 합니다. 4년 동안 작가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거든요.
교수님은 그 다음부터 엠티는 물론 답사에 참석하지 않아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학과 공부마저 안 한 건 아니었다. 두 학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석과 차석을 했으니 말이다. 하고 싶은 건 다 했던 대학시절은 어떻게 보면 성공적이었으나 인간관계와 소속감 내지 유대감을 그리 깊게 쌓지 못했다.
그날의 나는 친구들과 보내는 평범한 시간을 아까워했다. 늘 책과 함께 있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꿈과 멀어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 가끔 선후배들 혹은 동기와 같이 먹는 점심은 크게 결심한 것들이었다. 함께 마시는 커피, 기울이는 술잔,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 모두가 즐거워지는 술게임, 그런 것들을 기피했고 지금도 본의아니게 그런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혼자였던 그날의 연장선상위에 오늘의 내가 있다. 이따금씩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애석하기도 하다. 이제는 극단으로 치우쳤던 그때의 결핍을 채우려 한다.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소소한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책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던 것들은 모두 사람과 사랑이 알려주었기에.
이제는 저울 한 쪽에 문학을 놓고, 다른 한 쪽에 사람과 사랑을 놓는다면 이전처럼 단호하게 문학을 택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체질처럼 배어버린 홀로이고자 하는 기질을 얼마만큼이나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나의 가장 큰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