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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Jul 03. 2020

초밀착 시대의 고독에 대하여

SNS가 만든 고독마저 즐길 수 있는 이 시대

저는 혼자만의 고독을 좋아해요. 그래서 홀로 여행을 자주 떠나요. 누군가 무엇을 좋아하냐고 물을 때 나는 늘 이렇게 답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했다. 고독을 멋이라고도 여겼다. 기차를 타고 전국 여기저기를 여행했고,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도도 일주했다. 세 번의 지리산 종주도 다녀왔고, 두 번의 산티아고 순례길도 걸었다. 기회가 되면 늘 낯선 나라로 향했고 지금까지 26개국을 여행했다. 모두 혼자 한 일이었다.


분명 혼자여서 좋은 것들이 있었다. 그중 한 가지만 딱 집어서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을 하게 되면 그동안 익숙한 곳에서 살아오며 느낄 수 없던 것들을 느끼게 된다. 언어부터 풍경, 음식, 향기,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낯설다. 그 모든 낯섦이 내게 새롭게 다가온다. 그것들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얻게 된다. 새로운 인연,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관점, 새로운 인식. 이것이 내가 혼자만의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였다.


그래서 늘 혼자만의 고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나는 고독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간의 여행을 쭉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늘 독사진을 남겼다는 것이다. 명소에 가면 누군가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사진사는 현지인이기도 했고, 잠시 함께하는 여행 친구이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사진들을 SNS에 필수적으로 공유했다. 스무 살 무렵에는 싸이월드에, 블로그에, 페이스북에 올렸으며 근래에는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을 SNS에 공유하면 가족, 친구, 지인들까지 관심을 가져준다. 좋아요 세례와 함께 찬사가 쏟아진다. 어떻게 거기까지 갔냐, 혼자서 대단하다. 나였으면 못 갈 것 같다. 또 질문도 쏟아진다. 밥은 먹을 만 한지, 현지인들은 어떤지, 친구는 사귀었는지 등등. 그들의 관심과 칭찬에 어깨도 으쓱해지고, 더 멀리 나아가게 된다. 엄연하게 따지면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SNS를 통해 누군가와 여정을 함께했던 것이다.


자문하곤 한다. 과연 SNS를 통해 사진도 올리지 않고, 지인들에게 소식도 전하지 않으며, 좋아요와 댓글도 없이 홀로 여행을 할 수 있었을까. 온전하게 혼자서, 고독을 즐기며 여행할 수 있었을까. 쉬이 답할 수가 없다. 사실 내가 좋아한다던 고독은 반쪽짜리 고독이었기에. 고독의 이면에는 늘 사랑과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고독보다는 고독으로 인해 얻는 그 이면의 것들을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랑과 관심이 기재하고 있는 이 반쪽짜리 고독을 '따스한 고독'이라 부르고 싶다. 이것은 인간의 인식을 초밀착 시대로 만든 SNS가 만든 현상이기도 하다. SNS 덕분에 인간은 혼자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여행을 하는 것이 그리 외롭지 않다. 고독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제 고독은 견디는 걸 넘어 즐길만한 것이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 이 따스한 고독이라면 우리는 화성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leewoo.dem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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