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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Oct 28. 2020

소설가로서 오늘을 살아가기

초밀착 시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소설가는 무얼 해야하는 가

젊은 소설가로서 이 시대의 문화적 조류를 가늠해본다. 내가 보기에 오늘날 초밀착시대의 문화 경향은 크게 세 가지로 지각된다. 첫째, 문화적 코드들이 아주 세밀하게 다원화되었다. 불과 오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시대의 문화적 코드는 대개 대중매체를 통해 좌지우지되곤 했다. 공중파의 인기 멜로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예능을 본다는 것은 그저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를 접한다고만 볼 수 없다. 이것은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시청하기에 그것은 하나의 콘텐츠를 넘어 문화 코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가령 한때 무한도전의 최고 시청률은 28.9%에 달했다. 이것은 통계적으로만 볼 때 대략 대한민국의 3할의 사람들이 동일한 문화적 공통분모가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유튜브와 개인방송의 등장으로 공중파의 영향력이 점차 분산되기 시작했다. 이제 개인방송을 하는 BJ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이 주말 인기 예능 못지않은 파급력을 갖게 되었다. 가령 각종 화제와 논란과 함께 막을 내린 가짜사나이는 누적 조회수 5,000만 뷰를 기록했다. 중복 시청이 없다고 치고 한 사람이 한 번씩 시청했다고만 봐도 5,000만 명이 시청을 한 셈이다. 때문에 가짜사나이는 '유튜브 개인 채널'을 통해 제작 및 방영이 되었음에도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제작지원 및 협찬을 했다. 현대자동차, 농심, 금호타이어, 왓챠 등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다. 이제는 매스 미디어가 아닌 마이너적인 콘텐츠가 문화 코드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노이즈의 시대이다. 노이즈는 잡음을 의미한다. 매스 미디어에 못지않은 파급력을 마이너적인 콘텐츠가 갖게 되면서 눈에 띄는 경향이 포착된다. 바로 콘텐츠의 퀄리티가 현격하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장비가 아닌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영상도 몇 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들도 스마트폰을 통해 이미지를 생산한다. 이제 퀄리티를 논하지 않는다. 그 속에 담긴 콘텐츠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은 대중음악에서도 두드러진다. 멜론 같은 음원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대중음악의 판도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마이너적이고 아마추어적인 개인들도 사운드 클라우드의 플랫폼을 통해 이렇다 할 녹음 장비 없이도 음악활동을 하고 그것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셋째, 콘텐츠 홍수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들을 것도 볼 것도 넘쳐난다. 유튜브, 개인방송, 넷플릭스, 왓챠, 멜론, 사운드 클라우드, 각종 팟캐스트까지. 이제 극장에 가지 못해, 티브이를 제시간에 시청하지 못해, 앨범을 사지 못해 콘텐츠를 소비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언제 어디서든 그 어떤 콘텐츠든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또 콘텐츠들을 간단하게 요약해주는 콘텐츠들까지 등장해 신속하게 콘텐츠를 훑어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잠자는 시간만 빼고 계속해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아니, 이제는 잠자는 시간에 듣는 수면 콘텐츠들까지 생겨났으니 24시간 콘텐츠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 한 개인의 평생을 다 할애한다 하더라도 모두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콘텐츠들은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젊은 소설가로서 다원화된 문화적 경향 속에서 문학의 설자리는 어디인가 고민해본다. 출판시장도 이 시대의 문화적 경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더 이상 대형 출판사의 서적들만 설득력이 있는 게 아니다. 가령 베스트셀러인  <<언어의 온도>>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대형 출판사와는 거리가 먼 서적이다. 전자는 1인 출판을 통해 출판된 거고, 후자는 독립출판을 통해 인기를 얻어 출판사와 계약을 진행한 케이스이다. 이제는 인플루언서가 된 이슬아 작가 역시 1인 출판사를 설립해 자신의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다원화된 출판시장에 문학적 가치를 논하고 있긴 하지만, 오늘이 노이즈의 시대라는 걸 감안하면 이들의 활동은 충분한 파급력도 설득력도 갖추고 있다.


글만 쓰고 소설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시대의 문화적 경향에 주파수를 맞춰본다. 물론 소설가의 본질은 읽고 사유하고 집필하는 것이다. 그것을 중단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본질적인 일로부터 곁가지로 이 시대적인 조류에 발맞춰본다. 유튜브와 팟캐스트에 소설 및 각종 문학 작품들을 리뷰하고 있다.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에세이들을 연재한다. 단편소설들을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단편소설들을 오프라인으로 구독 연재하는 프로젝트인 위클리우(weekly + leewoo)의 시즌2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시즌1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이 생각보다 좋아 시즌2는 보다 콘텐츠의 색깔을 명확하게 갖추었다. 직접 집필하고 디자인까지 해 오직 나만의 콘텐츠라는 자부심이 크다.


예술가로 스스로를 지칭하기에는 너무 거창하다. 창작자로서 과연 나는 시대적인 흐름과 요구(세상과 대중의 기호)에 응답할 수 있을까. 창작에의 욕구만 갖고 소설가로 살아가는 건 힘이 드는 일이니 말이다. 오늘도 나는 읽히기 위해, 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노력해본다. 창작자로서 창작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 곧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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